60년대 기아상태에 헤매던 라면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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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기아상태에 헤매던 라면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2)
  • 허성배
  • 승인 2018.02.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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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기호 식품으로 경기를 재는 척도였다. 경기가 좋으면 판매량이 줄고 불황이면 잘 팔리는 식품이 라면이었다. 그래서 ‘라면도 못 먹는다’는 말은 극심한 가난을 표현하는 상투어가 됐다.
그러나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라면은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기호 식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또 다양한 맛을 내는 고급 라면만들기 등장해 입맛이 없을 때 좋은 대체식으로 주목받는다.

현재 라면시장의 원조 삼양식품에서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발한 삼양라면과 최근 개발한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오뚜기 신라면, 김치찌개라면, 참깨, 진짬뽕, 무파, 마탕라면, 너구리 등 수십 가지의 라면을 내놓고 있다. 이들 제품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배를 채우기보다는 입 맛을 자극하고 나름대로 건강에 좋은 기능성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면 한 봉지의 열량은 보통 500kcal이다. 보통 성인 하루 열량 섭취량 2000~2400kcal의 20~25% 수준인 셈이다. 이처럼 라면은 열량의 적절함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가 균형적으로 함유돼 있고 제품에 따라 칼슘, 비타민, DHA 등 각종 성분이 첨가돼 있다. 따라서 라면에 달걀, 파 등을 넣고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간식은 물론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제격이다.
일반적으로 라면을 튀길 때 쓰는 기름의 신선도에 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라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은 생각보다 깨끗하다.
최신 설비를 갖춘 라면 공장을 방문해 본 사람이면 모두 이 점에 동의할 것이다. 방부제를 넣을 필요가 없다. 방부제는 식품의 변질 즉 제품에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발생하고 번식하는 것을 막아주는 약품이다.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미생물도 일정한 환경이 갖추어져야만 발생하고 번식할 수 있다. 그 여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분 함량이다. 미생물은 조직 자체 수분함량이 12%가 넘어야 번식할 수 있다. 수분함량이 4~8%인 라면은 미생물이 발생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라면의 면발이 꼬불꼬불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 라면이 꼬불꼬불한 것은 한정된 부피를 작은 포장지 안에 많이 넣기 위해서다. 면발이 꼬불꼬불하면 잘 부서지지 않고 다루기도 편하다.
또 튀김 공정 중에 수분 증발을 도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라면이 꼬불꼬불하면 그사이 공간으로 뜨거운 물이 들어가 라면을 끓이는 시간을 더욱 짧게 해 주기도 한다. 직선보다는 꼬불꼬불한 곡선형이 시각과 미각 효과를 높여 주기도 한다.
한편 용기면의 면을 끓이지 않고도 뜨거운 물만 부어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일반 라면보다 면발 크기를 얇게 해서 뜨거운 물이 면에 빨리 흡수되게 한데다 감자 전분을 조금 많이 넣어 빨리 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팔리는 라면 수는 무려 36억 개. 국민 1인당 1년에 80개씩 라면을 먹는 셈이다. 면발을 이으면 지구를 4,616바퀴 돌 수 있는 엄청난 양을 소비하면서도 라면은 대표할만한 ‘먹지 마! 음식’으로 천대받고 있다.
지난달 11일 세계라면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즉석 라면의 발명자, 안도 모모 호고씨. 일본 닛신식품의 회장이자 올해 97세인 그의 건강비결은 매일 점심으로 라면을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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