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의 드라마 중도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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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의 드라마 중도하차
  • 장세진
  • 승인 2018.02.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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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평창 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2월 8일 ‘리턴’의 주연배우 고현정(최자혜 역)의 중도하차 소식을 접했다. 주영진 앵커가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하는 SBS ‘뉴스브리핑’을 보고 있는데,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 것. 처음엔 자사 드라마의 홍보성 기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음 날 중앙일간지에 고현정의 드라마 중도하차 소식이 일제히 보도되었다.
드라마 주연배우가 제작진과의 불화로 중도하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방송한 SBS ‘우리 갑순이’에서 김규리가 중도하차했지만, 딱히 주연배우는 아니었다. 그 이유도 연장방송에 맞지 않는 김규리 스케줄 때문으로 알려졌었다. 지난 해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6회까지 출연한 구혜선이 중도하차했지만, 건강상 문제였다.

2011년에도 KBS ‘스파이 명월’의 주연배우 한예슬이 드라마 촬영을 거부하며 미국으로 출국하는 등 소동을 겪었지만, 중도하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주연배우 한예슬의 촬영거부로 인해 거의 사상 초유의 결방 사태를 빚긴 했다. ‘리턴’의 경우 8일과 15일 결방됐지만, 평창 올림픽 특집방송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턴’은 SBS가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에 방송하고 있는 32부작(옛 16부작) 드라마다. 1월 17일 ‘이판, 사판’ 후속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또 법정이냐’ 하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으나 이내 시청하기로 작정해버렸다. 아니나다를까 ‘리턴’은 5회부터 시청률이 두 자릿 수에 오르는 등 전작 ‘이판, 사판’의 두 배나 되는 인기 드라마가 되었다.
주연배우 고현정의 촬영 거부 소식이 전해진 7일 밤 방송된 ‘리턴’의 시청률은 17.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집계됐다. 높은 시청률 영향인지 SBS ‘리턴’ 시청자 게시판은 누리꾼들의 항의, 성난 목소리로 북적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고현정 하차가 기정사실이 된 후인 14일 밤 시청률도 17.0%를 기록하는 등 큰 변동이 없었다.
“스타 연예인의 권력화가 문제… 고현정은 방송사도 제어 못해”와 “열악한 제작환경이 빚은 참사… 고현정쯤 됐으니 맞선 것 아니냐” 같은 의견이 충돌하고 있지만, 여러 보도를 종합해봐도 확실한 이유나 누구의 잘못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방송사나 고현정 소속사 어느 쪽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말을 아끼고 있어서다.
분명한 사실은 SBS의 고현정에 대한 톱스타 대접이다. 고현정이 MBC ‘여왕의 교실’ 이후 지상파방송에 복귀한 것은 5년 만이다. SBS는 그런 고현정에게 여자배우 최고 수준인 1회당 출연료 8,000만 원 등 톱스타 대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SBS는 ‘고현정 마케팅’에 힘입어 드라마 광고 선판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게 고현정을 ‘모셔왔다면’ 제대로 ‘써먹어야’ 맞는데, 적어도 초반엔 그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가령 ‘TV 법정쇼 리턴’을 내세우면서도 막상 전개된 내용은 그렇지 않아서다. TV프로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내용 및 형식의 전개다. 단적으로 지금까지의 전개에서 ‘TV 법정쇼 리턴’의 사회자인 고현정 역할이 크지 않은 편이었다.
이를테면 애초부터 좀 삐긋한 출발을 한 셈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잦은 대본 수정과 이에 따른 역할 축소 등으로 고현정과 제작진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을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한국일보, 2018.2.9.)라는 보도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결국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사를 대리한 연출자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은 톱스타의 반격이 빚은 볼썽사나운 ‘참사’라 할까.
그러나 누가 갑이고 피해자냐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방송사와 배우 모두 시청자와의 약속을 깨버린 것이니까. 비록 SBS가 공영방송은 아니더라도 공기(公器)인 TV 시청자들을 우롱한 셈이니까. 공인(公人)이 분명한 배우 고현정도 예외가 아니지만, 특히 그런 걸 포용하지 못한 SBS는 옹졸해 보인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가 울림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한편 또 다른 주연배우 이진욱의 마음이 착잡했을 법하다. 이진욱은 2016년 7월 성폭행사건 의혹이 불거진 이래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다. 무혐의 판결을 받고 1년 6개월 만에 복귀한 터라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주연배우가 중도하차한 드라마 ‘리턴’이 복귀작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그것도 2011년 한예슬 촬영거부 소동의 ‘스파이 명월’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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