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전쟁 삼인방(고래) 싸움에 새우(한국) 등 터지는 일 없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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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 전쟁 삼인방(고래) 싸움에 새우(한국) 등 터지는 일 없게 해야
  • 허성배
  • 승인 2018.03.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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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전 세계를 향해 철강 25% 관세 폭탄 등 전례 없는 통상압박을 꺼내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강력하게 맞대응하는 총성   없는 글로벌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삼인방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소규모 개방경제를 표방하는 한국이 무역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조급한 WTO(세계무역기구)제소로 미국을 자극하기보다는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 하며, 외교·통상 분야의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긴급 통상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미국 보호무역 조치와 격화하는 미·중·EU의 무역갈등에 대한 대책을 모색했다고 한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상징적 제품을 골라 보복 관세를 예고하고,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 등을 겨냥하는 등 글로벌 삼인방 충돌이 심상찮다. 세계적 거시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모두 트럼프 조치를 “무역 전쟁의 첫 총성(銃聲)”이라고 짚었다. 적과 우방이 따로 없는 냉혹한 국익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내수시장이 협소한 한국경제로선 무역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들려오는 건 비보뿐이다. 미·중·EU의 공중전에 맞설 힘도 없는 한국은 고스란히 유탄을 맞아야 할 처지다.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이어 철강에 떨어진 수입 규제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TV 등으로 확대된다면 대미(對美) 수출 전선에 결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역 강대국 간 무차별 보복전은 2차 피해를 부를 것이다. 그러잖아도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를 시사하는 등 통상 환경도 불리하게 흘러가는 터의 설상가상이다. 일각에선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을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미국의 선의에 기댈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무역 전쟁의 파고를 돌파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민·관 합동의 총력전이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정부의 통상 조직조차 완비되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 리더 565명에게 철강 제재 대상국에서 제외해달라고 서한을 보내는 등 민간의 애타는 노력만 보일 뿐이다. 무역 전쟁의 포연이 뿌연 상황에서 근본 대응책은 수출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규제 개혁이 화급한데, 성동·STX조선이나 한국GM· 금호타이어 처리를 보면 노조에 휘둘리고 포퓰리즘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커녕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 근로시간단축·정규직화 등 친 노조 정책으로 뒷걸음질하는 현 정부다. 이렇게 무기력해선 당면 무역 전쟁은 물론,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도 패배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통상 전문가들은 통상정책의 재점검과 강대국 사이에서의 균형 잡힌 외교, 끝까지 미국 측을 설득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선 현 조치들을 바꿀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압박을 가한 것을 요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은 실효가 없고 미국의 통상정책 때문에 피해를 보는 다른 국가 혹은 미국 내 기타 업종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기업들과 미국 법원에 제소를 통해 보호무역 조치를 포기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면대응하는 것보다는 미국 의회나 정·관계를 설득하는 등 다양한 채널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최근의 통상 분쟁은 정치적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기에 한·미 정부의 신뢰 회복이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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