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는 아무것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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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는 아무것도 아닌가
  • 장세진
  • 승인 2018.04.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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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11년 12월말 ‘문예지도는 아무것도 아닌가’라는 원고지 9장짜리 칼럼을 써서 발표한 바 있다. 6년도 더 지난 케케묵은 글의 연도를 굳이 첫머리에 내세운 것은 혹 그 동안 내용에 어떤 변동이 있을지 몰라서다. 칼럼은 전북도교육청의 중등인사규정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칼럼에서 적시한 중등인사규정의 문제점은 우선 지도상 가산점이다. 지도상 가산점은 “각종 대회에서 지도상을 받은 자로 당해 학교 재직기간 동안의 실적 중 유리한 것 1회에 한하여” 받을 수 있다. 지도상 가산점 대상의 각종 대회는 음악.미술.체육(무용 포함)과 영재교육(과학.정보올림피아.기능경기대회 등) 등이다.
그러니까 백일장대회, 공모전 등에서 학생들이 수상하도록 문예지도를 한 교사에 대한 지도상 가산점은 아예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묵묵히 하는 초.중.고 학생들 글쓰기 지도를 통한 학생 수상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대학의 문학특기자 전형 등을 위해 절대 필요한 진학지도의 하나인데도 지도상 가산점과 상관없다는 말인가?
그런데 6년도 더 지난 지금엔 고교에서 ‘문예는 아무것도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2년 전 퇴직한 필자는 전?현직 교원문인들 단체인 교원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지난 해에 이어 ‘제2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공문을 도내 133개 고교에 발송했다. 더러 이름을 적은 예외가 있지만, ‘문예담당선생님’을 수신인으로 한 협조 공문이다.
그 과정에서 고교 홈페이지를 방문한 바 있다. 놀랍게도 각 고교 사무분장에 ‘문예’가 있는 학교는 극소수였다. 사무분장에 ‘문예’가 있는 학교는 전주여고.전주상업정보고.전주생명과학고.삼례공고 정도이다. 물론 도내 모든 고교 홈페이지를 방문한 전수조사가 아니므로 ‘우리 학교에도 문예담당 선생님이 있는데’ 하는 고교도 있을 것이다.
일단 공문은 발송 3주가 다되도록 반송이 없는 걸 보면 각 학교에 잘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문예담당 교사가 없는 학교의 교무실무사들은 공문을 누구에게 전달했을까. 국어과 교사중 누구에게라도 전해졌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닌 경우 아예 임자를 만나지 못한 채 그냥 폐기 처분되어버렸을지 몰라서다.
비단 교원문학회의 ‘제2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공문만이 아니다. 각급 학교에는 글쓰기 관련 많은 협조 공문이 쇄도한다. 특히 고교의 경우 대학교 백일장이며 정부 각 부처나 문학단체 공모전 등 전국적으로 많은 협조 공문이 학교로 온다. 필자가 문예담당 교사로 재직하면서 경험한 것이다. 지금이라고 그런 공문이 학교에 오지 않을리 없다.
물론 국어과 ‘3D업종’의 하나인 문예지도를 절대 못맡는다 손사래치는 교사들이 많은게 또 다른 학교의 현실임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문예지도’가 아닌 ‘문예담당’ 교사조차 없는 고교의 사무분장은 좀 아니지 싶다. 뜻있는 학생들에겐 그 통로마저 아예 차단된 교육사각지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그것은 학교의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글쓰기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는 학생만이 배우고 지녀야 할 특기가 아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전달하는 수단이다.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글도 못쓰는 학생이 일류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교육의 전부처럼 되어선 안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부인할 수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고교 3년을 멀쩡히 수학하고 졸업까지 했는데, 논리적인 글은커녕 편지 한 장 제대로 쓰지 못한다. 학교와 교사가 그런 현실을 타파하지 못하더라도 소질이나 재주 있는 학생들이 트이고 웅비할 수 있도록 최소한 가교 역할은 해줘야 교육 아닌가? 학교 아닌가? 무릇 고교에서 ‘문예’가 꼭 필요한 사무분장임을 인식?실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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