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이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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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이후가 문제다
  • 장세진
  • 승인 2018.05.1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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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어느새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이 되었다. 그 1년 동안 우리는 이전 대통령에게서 볼 수 없었던 여러 장면을 보게 되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을 안아주는 등 소통하며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문대통령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상춘재에 미리 와서 야당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맞는 등 협치 행보도 그렇다.
그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개는 지난 정권에서 없었던 일이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일도 있었다.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 그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다. 그런데도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일이라 말한 것은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에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후 공동으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 역시 처음 있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일이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미 채택된 남북선언 철저 이행, 고위급회담 빠른 시일내 개최,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8?15 이산가족 상봉 추진,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군사분계선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중지,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 추진,?단계적 군축 실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 실현, 문대통령 올가을 평양 답방,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체결 등이다.
회담에 임한 남북 두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가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냉면을 직접 갖고 왔다는 말이 때 아닌 평양냉면집 특수로 이어진 보도가 그렇다. 이후 재빠르게 후속조치들이 이어졌다. 대북?대남 방송용 확성기가 남북 동시에 철거됐다. 판문점 선언에 없는 우리보다 30분 늦은 표준시를 한국에 맞춘 시간 통일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게 실화냐 할 정도의 반갑고 환영할만한 변화들이다. 국민 지지 역시 압도적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4월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88.7%가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긍정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86.3%를 기록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의 74.8%도 지지를 택했다.
그러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을 ‘위장 평화쇼’니 “북한 김정은과 우리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잡고 있다”커니 비판해댔다. 이에 대해 이계성 칼럼은 “눈앞 현실을 결코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확증편향적이고 인지부조화적인 심리 기제가 작용하는”(한국일보, 2018.5.8.)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난데없는 ‘김성태 폭행사건’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단식농성중이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하고 구속된 김모씨의 경찰에서의 진술이 그렇다. 요컨대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라 비방하는 걸 보고 울화가 치밀었다. 홍 대표를 때리려고 생각했지만, 소재를 파악할 수 없어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김모씨를 두둔할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여론의 역풍에다 당내 반발이 일자 “폭주하던 북한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주사파니 좌파니 하는 홍준표 대표의 시대에 뒤처진 비판과 공격이 안쓰러울 뿐이다.
그러기에 판문점 선언 이후가 문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이미 알다시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북한과의 친해지기를 갈아엎은 것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이다. 지금은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특히 그렇다.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기라도 하면? 지난 9년의 보수정권에서 보듯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의 보수 인사들을 만나보면 불안과 두려움을 호소한다. 문재인이 주도하는 비핵화와 평화 체제가 정착되면 좌파세력은 더욱 강해지고 자신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보는 탓이다. 재산과 생명에 대한 불안까지 느끼는 것 같아 보인다. 무의식에 각인된 6?25의 집단 트라우마 탓일 것이다.”(앞의 한국일보)가 엄존해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임기 1년을 보냈을 뿐이다.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상전벽해와도 같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그 사이 남북한 통일이 완성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것저것 벌여놓고 4년 후 보수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는 판문점 선언이다. 국회 비준도 오리무중이고 판문점 선언, 이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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