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인류 문명 사회의 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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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인류 문명 사회의 규범
  • 허성배
  • 승인 2018.05.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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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논설위원

인류사회에서 사람들끼리의 약속은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특히 복잡한 현대 문명사회에서 한 약속은 우리 생활의 전부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주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하나의 생활 규범이기도 하다.
인간 생활에서 생업의 기초가 되는 직장도 고용 계약이라는 약속이며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하나의 가정도 결국 혼인이라는 약속을 통해서 비로소 성립되고 있다. 현대의 민주정치도 국정을 담당하는 국가기관과 국민들 사이의 공약(公約)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각 행정부처의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국가기관이 공약을 잘 이행해야만 나라의 위신이 서고 기강이 올바로 잡히며 또 공정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 국가기관은 나라 안의 만백성을 다스리기 위해서 근본 규범인 헌법 등 육법(六法)을 재정 집행해서 사회의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기관이란 민주국가에서는 다름 아닌 대통령을 비롯한 각부 장관 또는 입법부·재판관· 정치인·기업인·각 정당 사회단체·대학교수 등 모두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라의 법 규범을 담고 있는 육법도 국가기관과 국민 사이 또는 국민들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규율하고 구속력을 갖는 문명사회의 약속들이다.
이처럼 오늘의 인간사회는 하나부터 열까지 약속에서 출발해서 약속으로 끝나는 형태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 안의 일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를 규율하는 국제법이라는 것도 나라 사이의 쌍방 혹은 다변(多變)조약이 아니면 국제관습 또는 문명국가에 의해 승인된 『법의 일반 원칙』이라는 약속들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약속이 잘 지켜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신뢰하게 되며 그의 인격과 권위를 인정하게 되는 것처럼 국가기관이 국민들에 대한 공약을 어김없이 완전히 이행할 때 국민들은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을 믿고 따르며 그들의 정치를 지지하게 된다.
또 정치 지도자들이나 국가기관이 하는 일이나 명령에 권위가 붙게 되며 이렇게 될 때 정치는 굳이 권의주의로 나가지 않더라도 모세혈관에 흐르는 혈액순환처럼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게 돼 사회의 평화와 질서가 유지된다. 국가 간의 수많은 교류로 얽혀 있는 국제사회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약속을 항상 어김없이 지키거나 법률을 100퍼센트 준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개인과 개인 간의 약속이 잘 이행되려면 약속을 한 사람이 신용과 책임감이 강해야 하고 성실한 사람이라야만 그 약속을 실천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인격자라고 부른다. 인격자는 흔히 말하듯이 학문으로 합리성을 발전시키며 정신수양을 하고, 많은 인내심을 길러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약속이행도 조약을 맺은 국가기관이 신용과 책임감이 강하며 문명 도가 높아야만 조약(국제상법 또는 정상회담 등) 내용대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간에는 19세기까지만 해도 강대국과 약소국가 사이에 맺은 숱한 불평등 조약이 많았었지만, 오늘에는 약속을 지킬 능력이 없는 후진 저개발 국가와 문명국 사이에는 애당초 조약이라는 것이 체결되지 않는다. 지금 국제사회의 원활한 교류와 질서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에서 많이 유지되며 이 약속의 이행 확률은 문명도가 낮은 나라에서부터 문명 도가 높은 국가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미·북 정상회담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도 같은 맥락에서 볼 때 만나서 언약이나 서약도 중요하지만, 그 진정성과 실천하는 약속이행이 생명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만일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국가 간 전쟁이라는 반문명적 제재가 뒤따른다는 엄숙한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 72억의 사람들이 사는 이 지구 사회에서 개인과 개인 사이 정부와 국민 사이 국가와 국가 사이의 모든 약속이 잘 지켜질 때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아닌 질서가 회복 유지되며 인류 공동의 행복과 복지인 자유 평화도 이룩될 수 있다. 그러나 약속이나 공약이 반드시 잘 지켜지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법률의 준수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약속 위반이나 위법 사실에 대해서 국가 또는 국제 사회에서는 제재라는 수단을 동원 이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단순한 약속의 불이행은(특히 선거공약) 장본인의 인격의 평가절하 또는 신용과 권위의 실추로서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만 법 규범적인 약속의 위반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비인간적인 형벌의 강제력이 발동되고 국제사회에서는 무력행사의 형태를 가진 전쟁이라는 정당방어의 반문명적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인간사회에서 약속의 이행은 문명의 규범과 척도며 인류의 질서와 평화 유지의 대전제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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