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재결정에 관한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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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재결정에 관한 시사점
  • 옥필훈
  • 승인 2018.07.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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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전대학교 옥필훈 교수
2018년 6월 28일에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결정을 내렸다 그 주요한 내용은 병역 종류에 대해서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아니하여 재판관 6대 3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2019년 12월 31일 병역법 개정 시한으로 제시하였고, 병역거부 처벌 조항에 대하여는 합헌 4, 일부 위헌 4, 각하1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 안에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었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먼저 ‘양심’이라는 용어에 대하여는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양심과 헌법에서 사용되고 있는 법률용어인 양심은 그 의미상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도덕적 가치판단이 전제된 선한 행위에 대한 의지를 뜻하고, 후자의 경우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일찌기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합헌 결정(2002헌가1)에서 양심의 개념은 비양심의 상대개념이 아니라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 즉 법률적인 의미의 양심”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과 법률적 언어로 차라리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2만명시대에 이미 돌입하였고, 해마다 500명 정도 처벌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안보논리보다는 양심의 자유에 무게를 두고 있고, 처벌조항 합헌을 유지하면서도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시류를 반영하고 있으며 병역의무를 지키되 대체복무제를 열어두고 있다는 절충적 판단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병역거부자 6,164명 중 6,118명이 ‘여호와의 증인’신도들이다. 그들은 이사야 2장 4절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를 성서적 근거로 삼고 병역거부를 해온 것이다. 현행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규정은 제19조상의 양심의 자유 규정과 제20조상의 종교의 자유 규정과는 법률상 확연히 다른 규정들이다. 다시 말하면 병역거부는 신앙의 자유가 아니라고 우리나라의 최고의 실정법에서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1985.7.23., 85도1094)은 “크리스트인의 양심상의 결정으로 군복무를 거부한 행위는 응당 병역법의 규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하며, 소위 ”양심상의 결정“은 헌법 제19조에서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1939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 38명이 병역거부를 하여 체포된 기록이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은 군사정권 이후 강해져 2000년까지 모두 8,000명이 넘는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사회적 논의로 떠오를 즈음, 2001년 12월 오태양씨는 병역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여 특정 종교 문제가 아닌 인권문제로 파장되었다. 2004년 5월 21일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사상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이 있었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 현행법을 준수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인가 ? 단순히 병역법 제5조(병역의 종류)를 개정하여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외에 대체복무제를 규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취지일까 ? 징병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대체로 병역거부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다. 군복무 대신 다른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는 대만, 그리스, 러시아 등 일부 징병제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체복무 심사와 재심사 기관을 분리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최근에도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복무기간의 1.5배 정도로 하자는 부분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규정을 신설하더라도 분단국가의 특수성과 국민의 총의가 담긴 현행법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병역기피를 악용하지 않도록 기피자를 엄격히 가려낼 심사기구의 설치, 복무기간의 설정 등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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