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궤도 수정으로 전기요금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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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궤도 수정으로 전기요금 해결해야
  • 허성배
  • 승인 2018.07.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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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주필
지금 세계는 제각기 국가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10년 아니 100년 앞을 내다보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혈안이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10년은 고사하고 단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통찰력과 경제철학도 없는 인재들을 자리에 안차 놓고 국가 경제정책 즉 탈원전 정책을 오판하게 하여 정부가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다급해지자 원전에 긴급 구호요청(SOS)을 하게했다.
50년 만의 40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벌써 9명이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등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난 23일 오후 4시에는 사상 최고치인 9070만kw까지 치솟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예방정비 차원에서 세워둔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 이전에 재가동하고,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정비 시기를 전력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4기 건설 백지화 결정을 밀어붙이며 `여유를 부리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24기 중 최대 12기가 정지됐던 원전은 결국 다음달에 총 19기가 전력생산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탈원전 정책의 후퇴인가 아니면 임시대응인가. 탈원전이 현 정부의 공약사항인 만큼 이를 대놓고 포기하겠다고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변한다면 공약도 과감하게 수정하고 정책도 바꾸는 것이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해 현명할 것이다.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 수입 급증은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급기야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두부 값이 콩 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심야시간에 적용되는 경부하 요금의 인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산업계의 불만이 높아지자 일단 내년 이후로 조정시기를 늦췄다. 하지만 이러한 `미루기식` 접근은 나중에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특히 석탄 개별 소비세 인상, 탄소배출권 유상 할당, 신재생발전의무할당(RPS) 강화,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시행 등 각종 정책비용 요인까지 가세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작년 7월 국회에서 "전기요금이 절대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플러스, 마이너스해 보면 알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한 발언을 지금도 할 수 있을는지?
한국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은 87.1%(2016년 기준)로, 일본 69.3%, 미국 53.6%, 독일 43.7% 등보다 훨씬 높다. 주요국들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있는데 우리만 올린다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한편이 와중에 원전 폐쇄·백지화해놓고 한국수력원자력 사외이사 5명이 지난 10일부터 5일간 아랍에미리트(UAE)로 막대한 국민 혈세를 써가며 ‘해외 원전사업 추진 현안 점검과 중동 지역에 처음 수출한 원자력 발전소 바라카 원전 등을 방문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국내 대표 원전 전문기관 사외이사들의 출장 명목으로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그간 행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한수원은 지난달 15일 시간·장소를 바꿔가며 ‘도둑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도 백지화했다. 각계의 우려를 외면한 채 제 손으로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렇게 ‘원전 죽이기’에 가담한 사외이사들이 한 달도 안 돼 해외 원전 건설 시찰에 나섰다니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따로 없다. 현장 직원을 격려한다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
정부가 원전 재가동에 이르자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비싼 석탄과 LNG 발전을 완전 가동해도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탈원전 정책이 무리수였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탈원전 1년 만에 인력·기술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국민 생활 및 산업생산과 직결되는 전력정책마저 뒤죽박죽이다. 갈수록 모순만 드러나는 탈원전 질주를 한시바삐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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