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받을만한 사람이 받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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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받을만한 사람이 받고 있나
  • 장세진
  • 승인 2018.09.1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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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월 20일 전북문학상을 시작으로 9월까지 이런저런 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대략 신곡문학상·완산벌문학상·교원문학상·해운문학상·불교문학상·지평선문학상·열린시문학상 등이다. 예년 상황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연말까지 더 많은 문학상 시상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가올 ‘시상의 계절’을 위해 한번쯤 되돌아보고자 한다.
문득 “상이라는 것은 받을만한 사람에게 주어졌을 때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을 경우 쓰레기 배급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는 오래 전 SBS연기대상에서 이병헌의 대상 수상을 두고 드라마작가 김수현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던진 말이다. 자신이 극본을 쓴 TV드라마 ‘완전한 사랑’에서 열연한 김희애가 대상을 받지 못하자 터뜨린 ‘울분’ 성격의 말이기도 하다.
과연 문학상은 어떠한가? 도내에는 자치단체와 문학단체, 독지가나 문인 유족들이 제정·시상하는 여러 문학상이 있다. 우선 전라북도와 전주시의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옛 전북문화상)과 전주시예술상(옛 풍남문학상)이다. 그런데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이나 ‘전주시예술상’은 공직선거법 운운하며 상금없이 달랑 상패만 주는 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연륜이 오래되었거나 상금 규모가 비교적 큰 문학상을 일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략 백양촌문학상·표현문학상·전북문학상·목정문화상·모악문학상·전북예술상(전북예총하림예술상)·김환태평론문학상·작촌문학상(전북펜작촌문학상)·전북해양문학상(해운문학상)·전주문학상·군산문학상(신무군산문학상)·전북문예문학상·두리문학상 등이다.
그중엔 안타깝게도 지금은 없어진 상이 꽤 있다. 백양촌문학상·표현문학상·모악문학상 등이다. 이와는 달리 새로운 문학상이 속속 생기고 있다. 반가운 일이지만, 상금 없이 상패만 주는 문학상도 있어 좀 얼떨떨하다. 그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어서다. 아예 없어진 상들에 비하면 저간의 경위야 어찌 되었든 상 이름이 바뀐 채 시상하는 문학상은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그 수상자들을 보면 대부분 받을만한 사람이 상을 받았다고 공감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령 일생을 통틀어 고작 책 한두 권 낸 게 전부인데, 수상하는 경우가 그렇다. 방송사 연기대상이 공헌도나 시청률 따위가 아닌 연기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듯 문학상도 활발한 필력 내지 왕성한 저술활동이 수상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작품(집)으로 말한다. 당연히 그런 활동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회장 역임이라든가 사무 등 작품외적 활동을 기여도 운운하며 수상의 잣대로 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찾아서 주는 상이 문제다. 심사위원들이 예비 수상자들의 작품활동을 시시콜콜 꿰뚫고 있지 못할텐데, 선정은 척척 해내니 참 신기하다.
이를테면 알음알음 개인적 친분을 통한 ‘그들만의 잣대’가 작동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수상자를 제한적으로 ‘재단하는’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기도 한 셈이다. 제도적으로 공정성이 위협받는 ‘깜깜이’ 심사라 할까. 그렇게 할망정 열에 아홉은 납득할만한 수상자를 내면 뒷말이 없을텐데 왕왕 그렇지 않아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모두가 다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상이라지만, 그래도 ‘깜’ 아닌 사람의 수상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나아가 결코 나이순이나 막걸릿잔 수로 정해지는 문학상 수상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왕성한 작품활동이 수상 이유의 전부가 아닐 때 문인들 자괴감이나 문단 왜곡 같은 폐해가 큼을 유념했으면 한다.
우리 교원문학회가 시상한 두 번의 교원문학상도 과연 그랬는지 조심스럽지만, 무릇 상은 누구나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람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수상자로서도 티없이 기쁘고 내심 감격에 겨워 할 수 있다. 상을 받고도 못내 찝찝해하는 그런 시상은 없는지, 과연 주최측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문학상이 여전한지 다같이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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