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낙태죄에 관한 시론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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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낙태죄에 관한 시론적 검토
  • 옥필훈
  • 승인 2018.10.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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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전대학교 교수 옥필훈
2018년 9월 29일(토) 낮 12시에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 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주최한 269명이 형법 제269조 폐지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이 날 검은 옷을 입고 참여한 269명은 흰색 피켓을 들고 숫자 269 모양을 만든 후, 붉은 천으로 이 숫자의 가운데를 가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는데, 269는 즉 형법 제269조를 의미한다.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자기낙태죄를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여 동의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제상 1953년 형법 제27장에 ‘낙태의 죄’를 제정하였고, 1973년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제정하였으며, 2012년 8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4:4 동수로 판단을 내렸는데, 위헌 결정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하여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7년 09월 30일 국민청원이 시작되어 동의가 235,372명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조국 민정수석은 현행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이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하고 있다. 2017년 2월 28일 낙태죄에 관련한 형법 제269조 1항과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심사 요청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이후 2018년 5월 24일 낙태죄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었다. 결국 이 또한 태아생명권 대 여성 결정권으로 요약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낙태(abortion)란 태아를 자연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태아를 모체 안에서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간략히 현행법에 따르면 임신중절에 의하여 태아를 살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행위이다. 낙태죄의 주된 보호법익은 태아의 생명이지만 임부도 부차적인 보호법익이라고 보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의학적(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우생학적(태아가 출생한 후에 유전적 소질이나 임신 중의 충격으로 그 건강이 심히 침해되었을 때에 임부에게 그 출생을 요구할 수 없다는 고려에 근거한 경우)·윤리적 적응(부녀가 강간 등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임신이 강요된 경우)이 있는 경우에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살펴볼 때 현행 낙태죄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시론적 검토를 하고자 한다. 첫째, 낙태죄 존폐론에 대한 논의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태아가 생성중인 생명이라고는 하지만, 입법론상 임신 12주까지 임부의 의사에 따라 의사가 행하는 낙태는 허용하는 입법례(오스트리아형법 제97조)등을 참고하거나, 의학적으로 임신 12주까지는 임신중절수술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낙태를 하지 않으면 않되는 예외규정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둘째, 현행법과 사회현실이 다르다면 입법론적인 규정의 완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미 불법적으로 국내에서 낙태를 하고 있는 사회현실을 본다면 의료사고시 안전성 등 어떠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관련 법률조항과 낙태현실은 동떨어져 이를 단순히 사문화(死文化)조항 내지 비범죄화(非犯罪化)라고 하는 주장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논거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점은 임부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이 함께 하는 보건정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유권적인 해석을 내리더라도 임부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 보호, 원치않는 임신의 경우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 불법적 임신수술의 금지, 낙태죄 원칙과 예외사유의 범위 등 구체적인 명확성을 제시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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