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화 시대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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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화 시대로 가야
  • 허성배
  • 승인 2018.10.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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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이웃 일본 문화의 세계화 전략은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수십 년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5년마다 문화정책이 갈지자로 바뀌는 우리나라와는 천양지차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에서 문화예술을 `미래로 가는 다리’라고 규정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문화예술 정책 기조를 밝힌 바 있다. 새 정부 문화정책의 핵심을 요약하자면,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가치로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폐 청산을 비롯해 문화예술 지원기관의 독립성·자율성 보장, 문화 복지와 문화균형발전 등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방송 통신위원회 등 문화 미디어 관련 부처(기관)의 독립적 운영을 위한 조직 개편, 바닥이 드러난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 확보 등 당면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1973년에 제정된 문화의 날은 10월 20일로 45주 년을 맞는다. 그러나 현 정부의 공약에는 대명제만 있을 뿐, 예산 확보를 포함해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세부 내용은 없다. 많은 선진국에 비해 문화진흥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더욱 아쉬운 것은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큰 틀 속에 이 정권이 끝난 후에도 수십 년을 관통할 문화국가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이 그랬듯, 우리나라도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이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통해 국민통합과 세계화의 귀중한 경험을 했다. 촛불에 집결됐던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에너지가 다시 모였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또 한 번의 국민 대통합으로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문화융성 전략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어느 학생의 10여 년 전 영국 유학 시절 얘기다. 학교 캠퍼스를 산책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캠퍼스 숲길 작은 호수 옆에 고궁에서 흔히 봤던 정자가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어떻게 영국 대학교 캠퍼스 안에 이런 정자가 있을까.’
신기해하며 감상에 젖은 것도 잠시, 정자 앞에 붙은 표지판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재패니즈 가든’ 그 순간 마치 우리나라 정자를 일본에 뺏긴 것 같은 심정이었다. 동양의 정원도 아니고 왜 하필 저패니즈 정원인가.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일본 정부가 돈을 들여 자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설립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에도 영국은 물론 유럽 도시 곳곳에서 종종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일본 정부의 국가적인 일본 문화 세계화 전략의 결실인 셈이다.
1960년대까지 `2차 대전의 전범`, `경제 동물’로 평가되던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치르면서 `일본풍’을 일으키고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 개선에 앞장섰다.
당시 일본 정부의 지원과 전 국민의 성금을 모아 설립된 저팬 파운데이션은 일본학, 일본 문화, 일본 예술을 세계에 소개하고 일본 문화를 유행시키는 막후 역할을 했다.
일례로, 일본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도록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하고 세계 각국 대학에 수많은 일본학 전문가를 양성해 왔다. 이를 통해 친 일본 인맥을 키우고 이들이 일본 문화의 세계화를 선도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일본 정부는 경제 규모가 성장하는 것과 비례하게 수십 년에 걸쳐 음식 자동차 패션 만화 건축 전통문화까지 전방위로 일본 문화의 세계화에 전략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렇게 일본은 경제 대국일 뿐 아니라 동양의 문화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식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2020년까지 일식 애호가를 12억 명으로 늘린다는 야심 찰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10월 20일 문화의 날 제45주년을 맞아 반면교사로 삼아 낙후된 문화 진흥발전에 대해 더욱 거듭날 것을 당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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