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금융시장 요동의 경계감 자긍심 비전과 고객관리 세계화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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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금융시장 요동의 경계감 자긍심 비전과 고객관리 세계화 돼야
  • 허성배
  • 승인 2018.10.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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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금융 분야의 비전(vision)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그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페이팔은 `금융서비스의 민주화`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10월 30일 금융의 날을 맞아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금융소비자에게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을 확장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4년 국민저축의 날로 시작하여 1973년에 증권의 날과 보험의 날을 흡수. 2016년부터 금융의 날로 명칭을 변경하여 금융위원회가 주관 각종기념 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금융역사(金融 歷史)는 54년 전으로 거슬러 그때당시 (1997년)치욕의 국가 부도라는 뼈저린 시련을 않은 채 금융인들의 피와 땀으로 오늘의 경제발전과 시장 금융 유통질서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그 후 금융시장의 많은 변화로 단순하지만 명확하고 측정 가능하며 페이팔의 정체성이 잘 반영된 비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국내 금융회사들이 선포한 비전은 주로 `선도은행` 등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거나, `홍익` `감동` `따뜻한` `행복` `사랑`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선도은행`과 같이 자기중심적인 비전은 몰가치적인 데다가 고객과의 공감성이 낮아 비전으로서 부적절함이 많다.
또한,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비전들도 각 금융회사의 정체성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너무나 추상적이라 비전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비전이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 측정하기도 어렵다. 비전은 모든 조직에 있어서 가장 상위의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비전 설정을 위해 깊이 긍정적 고민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금융회사의 경영전략이나 발전전략도 비전과는 상관없이 그저 수익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보인다. 금융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란 고객과의 여 ? 수신 관리에서 국가 경제유통은 물론 긍융 인으로서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익에만 치우친다면 고객들이 어찌 금융회사를 자신들의 동반자로서 인식할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신뢰의 위기에 당면해 있다. 2017년에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발전지수 순위는 183개국 중 9위였던 반면, 비슷한 시점에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는 137개국 중 8위였다. IMF 지수가 다양한 통계 지표에 기초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객관적 모습을 나타내지만, WEF 지수는 상당 부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기초했기 때문에 고객 처지에서 본 금융산업의 주관적 모습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양적으로는 상당히 성장했지만,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Fed가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계기로 한국도 금리추가 인상을 한국은행 내부의 ‘매파’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으로 비상한 경계감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하향 조정한 직후에 나타난 일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IMF는 2008년 금융위기와 맞먹을 정도로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으니 심상치 않다. 이달 11일 코스피는 4.44%, 코스닥은 5.37% 폭락했었다. 차제에 경제 긍융 질서는 정치개입이 아닌 한국은행의 독립적 금리조정과 각 금융회사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일본·중국·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10일 미국에서 다우존스지수가 3.15%, 나스닥지수가 4.08% 폭락한 충격이 그대로 전달됐다. 글로벌 주가 급락 원인을 놓고는 금리 상승 우려, 기술주 실적 악화 등 이런저런 요인이 거론됐지만. 나스닥지수가 2016년 6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은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전반적으로 커졌기 때문으로 봐야 정상이다.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10일 배포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는 `최악의 국면`을 경고했다. 중국을 제외한 여타 신흥국에서만 최대 1000억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자산 가격 급락과 기업의 연쇄 도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아르헨티나, 터키, 파키스탄 등이 경제위기에 빠져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거나 금리 인상 같은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이처럼 요동칠 때 국제 투기자본은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린다. 조그마한 허점만 노출해도 투기자본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4030억 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이자 세계 8위에 해당하는 외화보유액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전반적인 경기 정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국내 투자·소비가 부진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그 가장 큰 피해국으로 한국을 지목하는 분석도 있으니 부담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엉뚱하게 표적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고 이런 때일수록 경제 운용은 안정에 방점을 둬야 한다. 과속 우려를 낳거나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책의 시도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금융회사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가? 이 비전은 고객 또는 국민의 관점에서 가치가 있는 비전인가? 비전이 회사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 비전 달성을 위해 어떤 구체적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가? 비전이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 지속해서 확인하는가? 비전 및 비전 달성을 위한 노력에 대하여 고객 및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가? 금융회사도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강변하기에 앞서 이러한 질문들을 금융의 날을 맞아 스스로 묻고 답을 찾는 것이 먼저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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