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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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시사점
  • 옥필훈
  • 승인 2018.11.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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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전대학교 옥필훈 교수
2018년 11월 1일에 우리나라 역사상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은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됩니다”라는 취지였다. 이 때의 헌법상 양심이라는 것은 ‘개인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관과 사고’를 의미한다. 본 판결이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서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14년만에 무죄 취지로 종래의 판례를 바꾼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1949년 병역법이 제정되고, 1953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첫 처벌이 이루어지고, 1969년 7월 대법원에서 확립된 판결에 따라 유죄를 선고해 왔지만,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에게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한 뒤 2015년부터 무죄선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종심인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2017년 6월 헌법재판소는 병역법에서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이라는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조항에 대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국회의 조속한 법개정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결국 대체복무제 공은 국회로 여야가 입법추진하는 과제로 남게 되었다. 그 안에 국회에 제출된 대체복무 법안들은 그 입장과 의견 등이 제각각이어서 대체복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되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9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20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처럼 신앙과 양심의 자유가 구별치 않고 있는 나라도 있다(기본법 제4조). 그럼에도불구하고 헌법에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가 보호되지 않는다면 종교의 자유도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볼 때 ‘여호와의 증인’과 같이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소위 ‘집총거부’가 양심의 자유가 제한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헌법재판소는 특히 2004년과 2011년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입영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에 대해 합헌판결을 내렸고, 2018년 6월에도 합헌판결을 내렸으나 병역의 종류(현역, 예비역, 보충역 등)를 규정한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입법자는 늦어도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선입법을 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2020년 1월 1일부터 병역종류조항(병역법 제5조 제1항)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전한 바 있다. 2018년 6월 29일 리얼미터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만 1487명을 대상으로 500명이 응답한 내용으로서 국민 3명 중 2명은 대체복무기간으로 일반 군복무 기간의 1.5배내지 2배 가량이 가장 적당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번 2018년 11월 1일 대법원 판결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처벌적 성격이 아닌 비전투원 내지 민간성격의 대체복무를 권고하고 있는 국제적인 기준(1998년 UN인권기구가 발표한 대체복무제)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아직도 분단국가라는 현실 속에서도 평화통일의 분위기 등 실정법상의 대체복무제 도입과 맞물려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도록 각 나라의 입법례를 살펴보고, 대체복무 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충분한 논의와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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