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박으로 끝난 호러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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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박으로 끝난 호러맨틱
  • 장세진
  • 승인 2018.11.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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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영화와 드라마의 탐정은 다른가. 영화 ‘탐정: 리턴즈’는 지난 6월 13일 개봉해 손익분기점 180만 명을 훌쩍 넘긴 315만 관객을 동원, 대박인데 비해KBS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쪽박을 차서다. 2015년 5월 개봉한 시리즈 1편 ‘탐정: 더 비기닝’도 262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아 흥행 성공했다. 요컨대 탐정이 주인공인 영화 두 편은 성공한 반면 드라마는 죽을 쑨 것이다.
지난 달 말 32회(옛 16회)로 종영한 ‘오늘의 탐정’은 방송 첫날(2회) 4.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의 시청률을 보였다. 32회가 방송되는 동안 시청률이 세 차례나 2%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최종회 시청률은 2.1%다. 거기서 발견되는 것은 보통 1회보다 상승하고, 최종회에서 높게 나타나는 여느 드라마들과 다른 시청률의 ‘오늘의 탐정’이란 점이다.
KBS는 유난히 극심했던 무더위와 관련, 8월 13일 호러물 ‘러블리 호러블리’를 월화드라마로 방송했다. 그걸로 미진했는지 이어서 9월 5일 호러물 ‘오늘의 탐정’을 수목드라마로 내보냈다. KBS 관계자는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더위에 맞춰 호러물을 편성했다. 단순 멜로물보다는 귀신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조선일보, 2018.8.22.)이라 말했지만, 희망사항이 되고만 셈이다.
‘오늘의 탐정’은 추석특집극 ‘옥란면옥’ 방송으로 9월 26일 결방했다. 이후 어떤 후속 조치없이 수요일 종영으로 이어졌다. 전작 ‘당신의 하우스헬퍼’와 같은 변칙 종영이다. 그러고보니 저조한 시청률도 ‘당신의 하우스헬퍼’와 막상막하다. 경쟁사의 ‘내 뒤에 테리우스’(MBC) 10.3%,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SBS) 8.4%에 비하면 가히 굴욕적이라 할만한 참패다.
심지어 tvN의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 기록하고 있는 2.3% 보다도 더 낮은 시청률이다. 케이블 방송 시청률 1%가 지상파 10%와 맞먹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사측에선 아예 그런 사실을 감춰버리고 싶을 듯하다. 철지난 편성도 참패의 원인이지 싶다. 호러물은 여름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첫 서리가 관측되는 계절에 귀신드라마가 썩 어울려 보이진 않는다.
‘오늘의 탐정’은 한 마디로 사람들 죽이는 귀신을 잡는 이야기다. 아직 현실의 이 땅에는 없는 탐정 이다일(최다니엘)과 한소장(김원해), 귀신에게 죽임을 당한 동생의 복수를 위해 뛰어든 정여울(박은빈), 무당 출신 길 법의관(이주영), 박형사(이재균) 등이 힘을 보태 귀신 선우혜(이지아)를 잡는다. 근데 이다일은 2회에서 죽고, 이내 귀신으로 돌아와 흥미를 준다.
폭우속 하늘을 향한 땅속의 손이라든가 구치소 사방 벽에서 팔 여러 개가 솟구치는 등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가 흥미에 값한다. 말투라든가 표정에서 보듯 애교 만점의 섹시 귀신이라 할까, 선우혜 캐릭터가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귀신의 인간 조정 장면들이 섬뜩함을 안겨준다. 가령 불특정 다수에 대한 독극물 테러나 귀신을 향한 경찰들 총구 돌려놓기 장면 등이 그렇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나는 이 글을 위해 채널 돌릴 것을 가까스로 참았지만, 전반적으로 ‘이게 도대체 뭐야’ 하는 불만이 보는 내내 터져나와서다. 귀신 출현의 어떤 사회적 함의보다 그냥 호러맨틱(호러+로맨틱)에 더 충실한 전개가 대표적이다. 이다일과 정여울 둘만으로 모자라 박형사까지 거기에 끼게 한 로맨스는 진짜 뜬금없어 보인다.
말도 안 되는 귀신 이야기인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그와는 또 다른 문제점이 보이기도 한다. 바로 허술함이다. 예컨대 귀신인 선우혜 가두기다. 헝겊으로 발을 묶고 입을 가려 가둔다는게 말이 되나. 많은 사람을 죽이는데 사용된 인간 조정 능력은 갑자가 잠이라도 자는 것인지 픽 웃음이 나온다. 선우혜가 백변호사(박주희)를 칼로 위협하며 데려갔는데, 아무 과정없이 자유로운 몸으로 나타나는 장면도 의아하다.
호러물일망정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또 있다. 다름 아닌 대사 발음하기의 오류다. 8회(9월 13일)에서 한소장은 “원무과장이 내게 비시(빚이→비지) 좀 있어”라고 말한다. 25회(10월 25일)에선 길 법의관이 AB형을 ‘에이비형’이라 하지 않고 ‘에이삐형’이라 발음한다. 또 창고를 ‘창고’라 하지않고 ‘창꼬’라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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