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나게 한 수업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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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을 떠나게 한 수업방해
  • 장세진
  • 승인 2018.11.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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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교육위)이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에서 받은 ‘최근 4년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신고현황’이란 언론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현장에서의 교권침해는 1만 2311건으로 나타났다. 4년간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1만 1926건이다.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도 385건이었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중 ‘폭언과 욕설’이 가장 많은 7385건으로 62%를 차지했다. 이어 수업 방해 2285건, 지시불이행 등 기타 사항이 1476건, 교사 성희롱 419건, 폭행 361건 순이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 현황’ 자료에도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압도적이긴 마찬가지다.
살펴보면 올해 8월까지 교권침해 건수는 1390건이다. 그중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전체의 90.4%(1257건)를 차지하고 있다. 모욕ㆍ명예훼손 757건, 교육활동을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143건, 상해ㆍ폭행 95건, 성적(性的)굴욕감ㆍ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93건 등이다. 학부모(관리자) 등에 의한 교권침해는 9.6%(133건)로 나타났다.
내가 고교 교사로 근무했던 전북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379건의 교권침해가 신고됐다. 이는 전국 17개 시ㆍ도중 11번째로 많은 수치다. 학생의 교권침해는 폭언 및 욕설 238건을 비롯해 수업방해ㆍ폭행ㆍ성희롱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교권침해는 17건이다. 그런 보도를 보고 있자니 명예퇴직(명퇴)으로 교단을 떠났던 지난 날이 떠오른다.
2년 전 내가 명퇴한 핵심적 이유중 하나도 학생들의 수업방해였다. 한 마디로 1학년 일부 학급은 수업시간인데도 락카페 같은 분위기였다. 어느 특성화고의 수업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계 여자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실제상황이다. 수업시간인데 어린이집 아이들도 아닌 여고생들이 교실에서 돌아다니고 이야기로 만리장성을 쌓기 일쑤였다.
거기엔 소위 진보교육감들이 그런 실상을 아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교사들이 면학분위기를 다져보려 그런 아이들을 복도로 내보내는 것조차 인권침해라며 못하게 해서다. 그러니까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오히려 기죽어야 하는 수업방해의 교실 분위기를 어떻게 해볼 수 없어 그만 학교를 떠나버린 것이다.
사실 나는 선배나 동료들이 교단을 잘도 떠나가는 명퇴에 대해 요지부동이었다. 정년의 그날까지 눈썹 휘날리게 할 일이 있어서였다. 나의 특기ㆍ적성교육 지도로 아연 빛을 보게될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였다. 그랬다. 언제나 내게는 그런 목표가 있었다. 충만한 기대감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선생하기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특히 2015년 3월 남강교육상을 수상하면서 정년까지 특기ㆍ적성교육에 매진하리라 다짐해서인지 막상 명퇴할 때는 그리 홀가분한 기분이 아니었다. 신나거나 즐겁지도 않았다.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까만 마치 뭐에 등 떠밀리듯 떠나는 기분이랄까. 신청서를 직접 작성한 것이 분명한데도 마치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교단을 떠난다는 느낌이 좀체로 가시지 않은 명퇴였다.
이를테면 2년쯤 앞당긴 명퇴로 악몽의 수업방해를 벗어난 셈이다. 문제는 목구멍이 포도청 등의 이유로 교사들 대다수가 그런 용단을 쉽게 내릴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수업방해 등 각종 교권침해를 견디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그럴 경우 제대로 된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일까?
무엇보다도 수업방해의 교권침해는 다른 유형의 그것과 차별화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나처럼 정년보다 2년쯤 먼저 떠나버린다고 본질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너진 교실’ 소리가 나온지 언제인데, 지금까지도 그로 인해 교사들을 떠나게 한다면 너무 심각한 교권침해의 악덕환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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