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실험의 드라마
상태바
새로운 실험의 드라마
  • 장세진
  • 승인 2018.11.27 1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금요일은 1주일중 드라마를 보지 않는 유일한 날이다. 지상파 3사 어디도 금요일 드라마를 방송하지 않아서다. 그런데 9월 7일 케이블 채널 tvN이 첫 금요드라마 ‘빅 포레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빅 포레스트’는 tvN이 금요일 밤 11시 ‘불금시리즈’ 블록을 신설한 뒤 첫 방송한 드라마다. 1주일 후엔 KBS 2TV가 금요일 밤 10시부터 ‘KBS드라마스페셜’ 방송을 시작했다.
갑자기 금요일 밤 두 개의 드라마를 보느라 평일(월~목요일)이나 주말(토~일요일)보다 더 바쁜 시간을 지난 두 달 동안 보낸 셈이다. tvN의 첫 금요드라마 ‘빅 포레스트’가 11월 9일 막을 내렸다. ‘KBS드라마스페셜’ 역시 11월 16일 제10화를 끝으로 종영했다. ‘빅 포레스트’ 후속작 보기를 포기했으니 다시 드라마 보지 않는 금요일로 돌아간 셈이다.
10부작 ‘빅 포레스트’가 관심을 끈 일차적 이유는 개그맨 신동엽 때문이다. 스포츠지는 물론이고 유력 일간지들까지 보도한 신동엽의 연기 도전 기사에 흥미를 느낀 셈이라 할까. 1991년 SBS 개그맨으로 데뷔한 신동엽은 현재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종편), 케이블을 넘나들며 여러 예능 프로그램 MC로 활약하고 있는 인기 연예인이다.
한국일보(2018.8.31.)에 따르면 신동엽은 ‘빅 포레스트’ 제작발표회에서 “대학 때 연극을 전공했고, 연기하는 걸 좋아했었다”며 “개그맨으로 데뷔해 그럴 기회가 없었지만,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고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MBC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1996), MBN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2011)에 간간이 출연하기도 했다.
 ‘빅 포레스트’가 관심을 끈 이차적 이유는 금요일 방송의 드라마여서다. 이 말은 새로운 시간대 개척인데다가 1주일 1회 방송의 독특한, 그 동안 거의 볼 수 없었던 드라마 편성이란 방송사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뜻한다. ‘KBS드라마스페셜’ 금요일 방송이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데 비해 ‘빅 포레스트’는 새로운 실험의 드라마 고정 편성인 것이다.
새로운 실험의 결과는? 일단 성공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빅 포레스트’의 첫 회 시청률은 2.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다. 이후 그 아래로 떨어지고, 한번도 2%대에 오르지 못했다. 최종회 시청률마저 1%를 찍었지만, 통상 케이블 시청률이 1%(지상파의 10% 정도와 맞먹음)만 나와도 대박으로 인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이라해도 무방하다.
 ‘빅 포레스트’는 서울 대림동을 배경으로 폭삭 망한 연예인 신동엽과 은행원이 딱 맞을 듯한 이혼남이자 사채업체 ‘아보카도금융’ 직원 정상훈, 조선족 싱글맘 임청아(최희서)가 펼치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지향한 드라마답게 거의 매회 포복절도할 웃음을 안겨준다. 가령 워터파크에서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 그냥 팬티 차림(4화) 같은 상훈의 상황이 그렇다.
비단 상황만 그런게 아니다. 가령 “히틀러, 이토오 히로부미, 저 인간(제갈부장) 세 명이 있는데, 총알이 두 발 들어있는 총이 있다면 저 인간에게만 두 방 다 쏴버릴거예요”(8화) 같은 대사가 옆구리 터질 만큼 웃음을 준다. 상훈의 딸 보배(주예림)가 하는 말 “어른들은 그게 문제야. 도대체 맥락이 없다니까”는 또 어떤가.
제갈부장(정문성)에게 툭하면 시달리지만, 동엽은 연예계에 복귀한다. 이혼남 상훈과 싱글맘 청아도 가정을 꾸린다. 해피엔딩인데, 모텔로 간 상훈이 청아를 안고 키스하기까지 그 과정이 닭살이 돋을 정도로 재미있다. 어떻게 그런 내용과 대사의 극본을 써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다만, 그 다음 장면에 함께 자는 시늉이라도 나와야 극 흐름과 맞을텐데 그게 없어 아쉽다. 
다른 아쉬움도 있다. ‘빅 포레스트’의 본령인 유쾌한 코미디와 별도로 결국 악덕 사채업자에 대한 미화 논란이 그것이다. 3화에서 빙빙(이은채)이 핸드백을 두고 나가거나 7화에서 서점 문도 잠그지 않고 술 마시러 나가는 청아 모습은 또 다른 문제다. 4화에서 아직 무슨 사이도 아닌 상훈의 팬티를 빨아서 돌려주는 청아 모습도 좀 아니지 싶다. 너무 황당한 전개여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