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에 대한 질문 ‘배드파파’
상태바
좋은 아빠에 대한 질문 ‘배드파파’
  • 장세진
  • 승인 2018.12.10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10대 여고생도 아니고 특정 스타를 보기 위한 드라마 시청은 되게 낯선 일이다. 최근 그 낯선 일을 경험했다. 순전 배우 손여은 때문 MBC월화드라마 ‘배드파파’를 보게된 것이다. 물론 손여은이 출연한 드라마를 모조리 볼 만큼 광팬은 아니다. 드라마 ‘피고인’이나 영화 ‘보안관’을 보며 왜 저것밖에 안나오지 아쉬워하는 정도라 할까.
 ‘KBS드라마스페셜-즐거운 나의 집’인지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손여은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어느 여고에서 근무할 때 글쓰기 지도로 상을 많이 받고, 학생기자도 했던 제자를 보는 듯해서다. 많이 예뻐했던 그 제자와 딱히 닮은게 아닌데도 손여은을 보는 순간 ‘어!’하며 놀란 기억이 새롭다. 이를테면 4년 넘게 아무 연락없는 제자를 보게해준 손여은인 셈이다.
그야 어쨌든 내가 본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보다 비중있는 배역으로 출연한 손여은(최선주 역)의 ‘배드파파’가 11월 27일 종영했다. 32부(옛 16부) 내내 최고 시청률이 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 머물 만큼 인기리 방송과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1.8%까지 떨어지는 저조한 시청률을 찍기도 했다. 최종회 시청률 역시 3.9%(TNmS, 전국 기준)로 나타났다.
먼저 야구 중계방송으로 인한 잦은 결방이 한 원인이지 싶다. 가령 10월 16일 야구중계로 하루 당겨 11~12회를 방송했는가하면 11월 5일 결방은 그 다음날 4회(17~20회) 연속 내보냈다. 방송사 나름 신경쓴 듯하지만, ‘배드파파’만 유독 야구 중계방송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KBS 2TV나 SBS에서도 야구 중계를 했지만, 드라마 결방은 거의 없었으니까.
 ‘배드파파’는 전직 복서 유지철(장혁)의 17살 여고생 딸 영선(신은수)에 대한 부성애를 그린 드라마다. 일단 주국성(정만식)으로 대표되는 스포츠계의 추악한 민낯이 드라마일망정 섬뜩하게 다가온다. 승부 조작과 약물 복용, 금품 매수 등 민낯과 함께 운동선수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환기시켜준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약의 정체가 언제 드러날지, 이후 유지철은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함이 곧잘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유지철이 딸에게 간을 이식해주고 죽어버린 결말은, 따라서 그런 긴장감을 배반한 ‘의도의 오류’로 보인다. 물론 부성애가 드라마의 주제이고 의도라면 할 말이 없지만, 뭔가를 놓치거나 망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부성애만 해도 그렇다. 좋은 말로 하면 부성애이지만, 이른바 ‘딸바보’의 좀 덜 떨어진 아버지상이라해도 무방하다. 자식한테 해준게 없다는 자책감은 이해하고 공감되지만, 가령 내가 설거지 할테니 여고생 딸에게 손에 물 묻히지 말라는 것이 과연 좋은 아빠인가. “너 죽으면 아빠도 바로 따라 죽을거야”라는 다짐이 부모로서 할 말인가?
그보다 심각한 것은 좋은 아빠의 기준을 물질적 행복에 두고 있는 내용 전개다. 가령 딸에게 명품 가방 사주려고 43세에 이종격투기 선수로 나서는게 짜릿한 동병상련과 함께 시큰한 공감을 주는가? 지철은 딸친구들에게까지 명품가방을 사주고 고급 외제차에 저택이라 부를만한 집으로 이사가 산다. 지철의 좋은 아빠되기는 그렇듯 돈으로 점철되어 있다. 
선주를 통해서 지적하듯 지철의 혼자 고통과 걱정 따위를 감내하려는 그릇된 가족관이 거기에 더해진다. 그 점은 차형사(김재경)의 차박사(정인기)를 대하는 쌀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아버지인데 딸로서 있을 법한, 아니 있어야 할 인지상정은 흔적도 없다. 오로지 형사로서 살인 범죄자를 대할 뿐이다. 말이 안 되니 공감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구성도 헐거워 보인다. 가령 초반 불륜스러운 분위기로 흐르던 선주의 이민우(하준) 자서전 쓰기를 통한 자아 찾기가 그냥 양념이었던 듯 용두사미로 끝난 걸 예로 들 수 있다. 선주 동생 선영(최윤라)과 민우 프로모터 박지훈(윤봉길)의 섬씽 묘사 등 극의 흐름과 유기적 관계가 없는 불필요한 내용도 거기에 해당한다.
일부러 그랬는지 몰라도 전편 마지막 장면이 다음 회 시작으로 이어지지 않아 마치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시청자들을 달아나게한 요인이지 싶다. 그 외 대사에 문법적 오류가 많아 의아하다. “춤이 뭔지 가리켜(가르쳐)줘”(10월 9일), “문신 같은 건 없었어요(없어요)”(10월 29일), “죄(벌)를(을) 받겠습니다”(11월 13일), “영선씨(양)!”(11월 20일) 등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