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락 심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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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락 심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 장세진
  • 승인 2018.12.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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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신과 함께’ 1~2편의 쌍천만 영화 등극,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전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은 연속 천만관객 동원이 가장 핫한 이슈라 할 한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쯤해서 올 한 해 한국영화를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먼저 되돌아 볼 점은 유난히 심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추락이다. 100억 원 이상 제작비가 투입되면 통상 한국형 블록버스터니 대작이라 부르는데, 상반기 개봉한 ‘염력’ㆍ‘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ㆍ‘7년의 밤’이 흥행 실패했다. 7말 8초 여름 성수기의 ‘인랑’과 추석 명절 대목 개봉한 대작들도 마찬가지다.
가령 ‘인랑’은 제작비 190억 원이 투입된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강동원ㆍ정우성ㆍ한효주 등의 톱스타,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668만 명, 2016년 ‘밀정’으로 75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한 김지운 감독 영화이기에 ‘인랑’의 흥행 참패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인랑’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쯤인데, 관객 수가 9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추석 대목에 개봉한 ‘물괴’ㆍ‘명당’ㆍ‘협상’ㆍ‘안시성’ 네 편도 모두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안시성’은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손익분기점은 ‘물괴’ㆍ‘명당’ㆍ‘협상’ 세 편이 각각 300만 명이지만, 72만, 208만, 196만 명에 그쳤다. 특히 72만 명에 그친 ‘물괴’는 ‘인랑’과 같은 참패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추석영화 대작 4편중 ‘안시성’만 관객 544만 186명을 불러 모으며 손익분기점(541만 명)을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곧바로 이어진, 그러니까 전통적 비수기라 할 10월 25일 개봉한 총제작비 170억 원의 대작 ‘창궐’도 흥행 참패했다. 손익분기점 약 380만 명에 턱없이 모자라는 159만 명 동원에 그치고 말았으니까. 
그런 흥행 실패를 보고 있자면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아니 그것은 너무 광범위한 얘기고, 도대체 모를 것이 관객의 마음이라 해야 맞을 듯하다. 특히 추석 특선 대작의 경우 대략 정해져 있는 명절 관객 수인데 4편의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격돌해 과부하가 걸리고 제 살 깎아먹기를 한 것이라 이해해도 마찬가지다.
그러고보면 역사를 새로 쓴 ‘신과 함께’말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낸 대작은 거의 없다. 다만, ‘독전’은 113억 원을 들여 손익분기점 약 280만 명을 훌쩍 넘긴 506만 명으로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앞에서 말한 ‘안시성’과 함께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대작은 여름에 개봉한 ‘공작’ 정도다. ‘공작’은 190억 원을 들였지만, 497만 관객으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이에 비해 제작비 수십 억 원 대 영화들이 대박을 일구었다. 50~80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간 ‘탐정 리턴즈’ㆍ‘그것만이 내 세상’ㆍ‘완벽한 타인’ㆍ‘마녀’ㆍ‘암수살인’ㆍ‘국가부도의 날’ 등이 그렇다. 이들은 이른바 ‘중박영화’(관객 300~500만 명의 영화)에 속하지만, ‘완벽한 타인’의 경우 완전 대박이다. 총제작비 58억 원에 손익분기점이 약 180만 명인데, 528만 명 넘는 사람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으니까.
그밖에 비교적 적은 제작비에 비해 2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도 있다. ‘너의 결혼식’ㆍ‘곤지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총제작비 22억 원의 ‘곤지암’은 손익분기점 70만 명의 3배가 넘는 267만 명을 동원, 완전 대박영화로 우뚝 섰다. ‘너의 결혼식’은 30억 원 순제작비에 282만 명 남짓한 관객을 동원했으니 역시 남부러울 것 없는 흥행성적이다.
다른 글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한국형 블록버스터들과 무슨 연고나 인연이 있어서 흥행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대작들의 흥행 실패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로 인해 빚어질 투자 위축 때문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대작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더 이상 큰 손들이 영화제작에 투자하지 않으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연말연시 대목을 맞아 또다시 순제작비만 120~135억 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마약왕’ㆍ‘스윙키즈’ㆍ‘PMC-더 벙커’가 개봉한다. 그러나 12월 19일 개봉한 ‘마약왕’ㆍ‘스윙키즈’의 6일간 성적과 26일 선보일 ‘PMC-더 벙커’ 예매율 등을 보면 그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을 일궈낼지 걱정이 앞선다. 이렇게 2018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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