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촛불과 진짜 촛불의 권위주의 정치철학의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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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촛불과 진짜 촛불의 권위주의 정치철학의 차이점
  • 허성배
  • 승인 2019.01.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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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임 20개월은 촛불 민심을 현실 정치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세월이었다”며 “그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 취임사가 벌써 3년 차가 시작되는 지금 갈수록 더 공허하게만 느껴지고 있다,
여기에 일상화한 것처럼 비치는 청와대의 ‘제왕적 군림’에도, 촛불 민심의 실천형국! 5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내고 상식 조롱하는 식의 변명까지 바뀐 이 정권에 기대한 공익제보도 인신공격과 검찰 고발로 대응하는 위계질서까지 실종된 부끄러운 국가, 그래선 나라다운 나라 불가능하다.
공직사회의 기강과 위계 도덕성을 스스로 땅에 떨어뜨리는 세계적 나라 위상을 손상하는 몰상식한 행위로 청와대라면 촛불을 등에 없고 계급에 상관없이 제왕 행세를 서슴지 않으며 일국의 국군 최고사령관 4성(星)장군인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을 불러낸 ‘사건’은 앞으로 군 통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많은 전역 장성들의 손가락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2017년 6월 청와대에 임용된 34세의 신입사 원급이 3개월 뒤인 9월에 56세의 육군 최고 지휘관을 국방부 근처 모 카페로 ‘호출’했다. 육군은 사실이 알려진 지 3일 후인 지난 9일 뒤늦게 ‘입장’을 통해 ‘총장이 불렀다’며 김 총장의 애초 말과도 다르게 반박했으나, 그 또한 청와대 입김 때문이라는 의심만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청와대의 사태로 군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그 행정관이 들고 간 문건은 “누구는 진급시키고, 누구는 좌천시키라는 식의 ‘구도(構圖)’로 불리는 명단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담배를 피우려고 주차한 승용차 안에 뒀다가 문건을 잃어버렸다는, 소가 웃을 행정관 변명을 수용했던 청와대의 해명은 더 가관이다. ‘공식 문서 아닌 개인적 대화 자료’라고 둘러댄 데 이어 “행정관이라고 참모총장 못 만나라는 법은 없다.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똑같이 대통령 비서”라고 했다. “행정관도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대해 인사 추천권자인 참모총장과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며 카페에서 만난 이유로는 “절차를 밟아(총장 집무실) 들어가기는 복잡했을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상식에 대한 조롱으로 들린다. 오죽하면 군 안팎에서 “그런 논리라면 대통령의 통수권을 따르는 초급 장교도 국가안보실장을 청와대 근처 카페로 불러내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과 함께, ‘군에 대한 모독’,  ‘참모총장 위에 청와대행정관’ 등의 개탄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런 식이니 ‘이게 나라냐’가 구호였던 촛불 집회 본래의 정신을 반(反) 상식의 아전인수로 왜곡하는 문 정권 행태는 끊임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당시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등을 폭로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미꾸라지’라고 막말하며 징계위에 부치고, 검찰에 고발한 것도 그런 예다. 담당 업무에 대해 직접 겪은 청와대의 초법적 권력 남용 사례를 공익제보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가 뛴다’고 인신공격하며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좁은 세계 속의 판단’이라는 취지로 폄훼한 신 전 사무관이야말로 ‘진짜 촛불정신’을 실천한 셈이다. 그는 공익제보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촛불시위에도 참여했고, 정권이 바뀌는 데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민간기업 인사 개입 등 그 전과 다를 게 없는 일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꼈다. 다른 행정고시 동기들도 그렇고, 공공기관에 있는 분들도 다 나와 생각이 비슷하다.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자리에선 “나의 문제 제기는 근거가 있었고, (촛불로 탄생한) 이번 정부는 최소한 내부 고발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 방지를 할 줄 알았다”고 했다. 사적인 이익을 위한 폭로로 몰아붙이는 여권에 공익제보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시도했다. 그런 그를 매도하는 ‘가짜 촛불정신’이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에 횡행하고 있다.
정국정 공익제보자모임 대표는 “정권 입맛에 쓴 폭로라고 해서 포용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촛불정신이냐”며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공익제보자 보호를 공약했던 문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근 정부·여당 대응을 보면서 상당수 회원이 큰 실망을 했다”고 밝혔다.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척 표정으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다’며 신 전 사무관을 ‘양아치’에 비유한 어느 여당 의원처럼, 오히려 자신이 들어야 마땅할 비난을 ‘내 편’ 아닌 인사에게는 거의 무조건 퍼부으면서 견강부회의 촛불정신을 내세우는 위선자들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안팎에 널려 있다. (최근 붉어진 목포 ‘손혜원 의원 타운’ 의혹 점입가경, 수사 불가피하다) 이런 가짜 촛불들이 위세(威勢)를 부리는 현실에 국민은 더는 현 정권을 신뢰할지 의문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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