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명품녀 "국세청 검증, 그런데도 엠넷 발뺌…"
상태바
4억명품녀 "국세청 검증, 그런데도 엠넷 발뺌…"
  • 투데이안
  • 승인 2010.10.13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억 명품녀’ 김경아씨(23)가 다시 입을 열었다.

11일 뉴시스와 단독으로 만난 김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대된 파문 탓에 몹시 힘들어했다. 목 주위는 퉁퉁 부어있었다. 부족한 수면으로 면역체계가 약화된 이하선염 증상이다.

“불면증에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권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잔다. 정신과도 몰래 간다. 조울증, 대인기피증까지 겹쳐 약을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지난달 7일 케이블채널 M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텐트 인 더 시티’ 출연 이후 논란에 휘말렸다. “4억원어치의 명품을 걸치고 있다.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가 준 용돈만으로 수억원대의 명품을 산다”는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시청자들은 불법증여 의혹을 제기했고, 국세청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불법 증여가 아니었다. 부모도 김씨에게 수십억원의 용돈을 줄 정도로 부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 출연 당시 착용한 ‘4억원 목걸이’ 미수금, 전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의사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씨는 M넷과 목걸이 디자이너, 의사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다음은 김씨와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M넷이 말하는 ‘사전 인터뷰’란 무엇인가.

▲작년 여름 케이블채널 올리브의 ‘악녀일기’ 때 작가들과 내가 작성한 것이다. 당시 ‘악녀일기’ 출연 제의를 받았다. 회당 50만~60만원, 시청률이 잘 나오면 출연료에 플러스 알파까지 챙겨준다고 했다. 그때 작가들은 ‘타고 다니는 차량이나 비주얼 쪽으로는 대박’이라며 출연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큰맘 먹고 출연을 결심했는데 마지막에 거절했다. 연기자가 꿈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방송인 밖에 안 될 것 같아 포기했다. 이후 내 프로필을 가지고 있던 그 작가들이 엠넷에 나를 소개한 것이다.

-M넷 작가들과는 인터뷰하지 않았나.

▲인터뷰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방송 전 카페에서 한 번 만나 몇 마디 나눈 게 전부다. 엠넷은 이미 나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카페에서 만난 작가가 ‘경아씨 (악녀일기) ○○작가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다. 왜 악녀일기에 출연하지 않았느냐. 우리 프로그램(텐트인더시티)이 신생이고 10분 정도만 나오니까 한 번 하자’고 했다. 사실 ‘악녀일기’는 꾸준히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텐트인터시티’는 10분 분량이라고 해서 바로 출연키로 했다. 작가들은 ‘악녀일기’ 때 만들어놓은 인터뷰 내용으로 대본을 작성해 이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내가 한 것은 대본 리딩 한 번이 전부다.

-‘악녀일기’ 때 작성한 사전 인터뷰는 작가들과 합의한 내용이었나.

▲그렇다. 그러나 내용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촬영을 위해 3600만원짜리 롤렉스시계는 못 산다’고 하니까 작가는 ‘괜찮다. 카드는 긁는 척만 하면 된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20대 럭셔리 라이프가 주제인 프로그램이었다. 당시의 인터뷰 내용을 엠넷이 정리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런 사실을 알았는 데도 엠넷에 출연했나.

▲잘못을 인정한다. 나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악녀일기’ 작가들과 함께 거짓방송을 모의하고 만들어놓은 인터뷰가 이런 상황을 부를지 몰랐다. 그런데 엠넷은 마치 그 내용을 엠넷 작가들과 인터뷰했던 것처럼 조작하고, 자기들은 쏙 빠졌다. 물론 그 부분을 인정한 나도 잘못이다. 엠넷은 이렇게 된 과정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모든 것을 나에게 덮어씌웠다.

-직접 명품 옷과 가방 등을 촬영한 영상을 엠넷에 보내지 않았는가.

▲엠넷이 나에게 퀵서비스로 카메라를 보내주면서 전화로 (카메라) 사용법, 어떤 콘셉트로 찍을지를 알려줬다. 셀프 카메라인 것처럼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작가와 5차례 통화한 기록도 있다. 또 마지막에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현관 입구의 신발을 찍은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도 연출된 것이다. 현관 입구에 신발을 ‘ㄷ’ 자 형태로 해놓은 것은 엠넷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신발이 많아 보이도록 해 그렇게 배열하라고 하더라. 일부는 신발가게를 하는 친구에게 빌려온 것들이다. 명품은 앞에 놓고 나머지는 다 평범한 신발이다.

-방송에서 ‘패리스 힐튼보다 내가 낫다’고 했다.

▲조작이다. 내 미니홈피에는 ‘패리스 힐튼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많다. 방송 며칠 전 작가가 전화해 미니홈피에 올린 패리스 힐튼에 관한 내용을 다 지우라고 했다. 그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다. 그런데 녹화 날 ‘내가 패리스힐튼보다 더 낫다’고 이야기하라고 시키더라. 뿐만 아니다. ‘심심하면 프랑스로 가서 명품을 사온다’는 내용도 거짓이다. 작가가 ‘이 제품(에르메스)은 웨이팅 없이는 못 사는 건데, 그냥 경아씨가 파리 가서 사온 것이라고 이야기 하자’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내 다음 출연자는 타투이스트였다. 그래서인지 작가들은 녹화 중 휴식 시간에 ‘어릴 적 꿈이 타투이스트였는데 부모가 반대해서 못했다고 해라’고 주문했다. 이 부분은 편집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텐트 인 더 시티’를 ‘경고’ 조치했다.

▲방통심의위에 실망했다. (방송 이후) 내가 일본에 간 다음 한 번 집으로 온 적이 있다더라. 경비실에 있다가 갔다고 한다. 방통심의위 사람들은 한 번도 못 봤다. 전화도 없었다. 전화를 안 받으면 문자라도 보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통화라도 했으면 덜 억울하겠다. 엠넷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정도만 내렸어도 조용히 있었을 것이다. 국세청이 불법증여를 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는 것 자체가 방송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 아닌가. 나는 인정할 부분은 인정했다. 엠넷은 끝까지 잘못이 없다고 발을 빼고 있다. 내가 죽는다고 해도 엠넷은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잃을 것이 많으니까….

-심경이 어떤가.

▲내가 뭐가 아쉬워서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지겠는가. 사생활도 노출됐고, 이미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솔직히 지금 이 사건은 잊히고 있고, 나도 그걸 바란다. 매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좋겠나. 나도 빨리 다 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개인이고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까 다 털어놓은 것이다.

한편, 김씨는 케이블채널 tvN의 리얼리티 매칭 프로그램 ‘러브 스위치’도 거짓 방송이라고 폭로했다. tvN도 M넷, 올리브와 마찬가지로 CJ미디어의 계열사다.

‘러브스위치’는 남성 출연자 1명을 20, 30대 독신녀 30명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텐트인더시티 녹화 이후 작가가 러브스위치 출연을 요청했지만 ‘남자친구가 있다’며 거절했다”며 “그러자 작가는 ‘러브스위치 출연자의 90%가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그냥 출연해서 서 있기만 하면 된다. 한번만 출연해 달라고 부탁하더라. 출연 거부의사를 명확히 밝히니 ‘경아씨, 또 건수 있으면 전화드릴게요’라고 하더라. 케이블채널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다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짜인 각본대로 방송되는 것 같다. 내 사건처럼….”

M넷은 “방송이 끝나고 러브스위치 출연을 요청한 것은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김경아씨가 방송 출연을 좋아해서 물어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