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찾기로서의 사랑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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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찾기로서의 사랑 ‘남자친구’
  • 장세진
  • 승인 2019.01.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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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수목드라마만 3편을 보는데, 그중 tvN ‘남자친구’가 1월 24일 가장 먼저 종영했다. 2018년 11월 28일 첫 방송된 16부작 ‘남자친구’는 ‘사랑의 온도’(SBS) 이래 1년 만에 보는 정통 멜로드라마다. ‘남자친구’는 쿠바 현지 촬영외에도 송혜교(차수현 역)와 박보검(김진혁 역) 케미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서른 여섯의 송혜교는 KBS ‘태양의 후예’(2016)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함께 출연한 배우 송중기와 결혼한 뒤 드라마에 첫 복귀했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2016)의 왕세자 역으로 톱스타 반열에 오른 스물 다섯 살의 박보검 도 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게다가 12년이나 차이나는 그들이 연인으로 나온다니 관심을 끌 수밖에.
그런 화제성 덕분인지 ‘남자친구’는 TNmS 9.4%, 닐슨코리아 8.6%(모두 전국 기준)의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는 “역대 tvN드라마 첫 방송 최고 시청률”(전라매일, 2018.11.30.)이다. 가령 최고 시청률 18.1%를 찍었던 대박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제1회(2018년 7월 17일) 8.5%보다 높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최고 시청률은 10% 대(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에 머물렀다. 최저 시청률은 7.5% 대다. 평균 시청률이 8.6%로 나타났는데, 그 추이를 꼼꼼히 살펴보면 구랍 26, 27일 결방 이후부터 7% 대로 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상파처럼 연예대상ㆍ연기대상ㆍ가요대제전 같은 연말 특집을 방송한 것도 아니면서 왜 결방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까닭없는 결방이 오히려 기존 시청자들을 달아나게 한 셈이지만, ‘남자친구’의 그런 시청률은 대박이라 해도 시비할 사람이 없다. 통상 케이블 시청률이 1%만 되어도 지상파의 10% 정도로 간주되니까. ‘남자친구’의 8% 대 시청률은 지상파의 ‘황후의 품격’(SBS) 14.0%, ‘왜 그래 풍상씨’(KBS) 8.8%와의 비교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드라마의 왕국’ 하면 MBC가 거론되곤 했다. 지금은 케이블 방송 tvN이 드라마의 왕국이 된 듯하다. ‘남자친구’뿐 아니라 ‘미스터 션샤인’ㆍ‘김비서가 왜 그럴까’ㆍ‘알함브라의 궁전’ㆍ‘왕이 된 남자’ 등 최근 1년 사이만 봐도 10%를 훌쩍 넘긴 대박 작품이라든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드라마들을 속속 배출해내고 있어서다.
 ‘남자친구’는 동화호텔 대표 차수현과 그 회사 신입사원 김진혁의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다. 이혼 전력의 연상녀와 연하남 총각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어떻게 끝날까 하는, 뭐 그런 궁금증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들의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처리한 건 잘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드라마인데, 현실에서처럼 파투나는 것으로 할 필요는 없지 싶어서다.
이런저런 악덕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활짝 피운 사랑은 자아 찾기의 다른 이름으로 펼쳐져 아름다워 보인다. 수현은 정치인의 딸, 재벌가에서 쫓겨난 이혼녀로 한 번도 자신의 뜻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6살이나 어린 평사원과 말 안 되는 연애를 하는데도 아빠 종현(문성근)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수현 편이다. 진혁과의 사랑이 그냥 통속적이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것만으로도 고품격 멜로 드라마라 할만한데, 구현 과정 역시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예컨대 진혁을 좋아하는 수현의 심리ㆍ표정ㆍ몸짓ㆍ대화 등 디테일 묘사가 그렇다. 구두ㆍ카메라ㆍ반지 같은 소품을 활용한 섬세함이랄까 리얼함도 드라마 흡인력에 기여한다. 결국 구두와 사진이 헤어지자고 한 수현의 마음을 돌려 놓는 결정적 역할까지 한다.
이를테면 단순히 소품에 불과한 것들을 주요 장치로 살려내 드라마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린 셈이라 할까. 그에 비하면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난데없이 주연배우가 “이 꼬슨(꽃은→꼬츤) 시들지 않고”(14화, 1월 17일)로 잘못 발음해 실망을 안겨준다. 또 “이 자리를 빌어”(7화, 2018년 12월 19일)라 말하는데, “이 자리를 빌려”가 맞는 표현이다. 
그보다 더 아쉬운 건 중간중간 보이는 비현실적 전개다. 대표적으로 쿠바에서의 처음 만날 때를 보자. 13화에서 진혁은 수현을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 혹시 남자친구 있을까,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 생각을 고백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전혀 모르는 상태인데, 유부녀가 아니라 이혼녀를 전제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기 쉬운 완벽한 곳”인 ‘말레콘 비치’ 등 복선은 돋보이지만,    쿠바에서 핸드백을 날치기 당한 후의 수현의 너무 태연한, 아무 일 없었다는 대응 내지 반응도 너무 비현실적이다. 새벽 3시 서울에서 동네 형 화물차를 빌려 속초로 달려가 수현과 해장국 먹으며 “너무 보고 싶어서 왔다”는 진혁의 고백도 마찬가지다. 아직 그런 일상 파괴가 이루어질 사이가 아니어서다.
12화에서 성인 남녀가 같은 침대에 몸을 밀착한 채 누워 있다가 수현이 잠든 걸 확인하고 방을 나오는 진혁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15세 시청가를 의식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모습은 포옹이나 키스신과 따로 노는 그야말로 너무 동화적이거나 판타스틱한 것 아닌가? 그럴망정 진혁의 “서로 다른 사람이 닮아가는게 사랑”이라는 말은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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