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상태바
서울시교육청 그렇게 할 일이 없나
  • 장세진
  • 승인 2019.02.20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의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방안’(혁신방안)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가령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자유로운 조직 문화는 구성원이나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지, 교육청이 호칭이나 사무실 내 소파를 치울지 말지까지 세세하게 간섭하는 것부터가 강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뿐이 아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논평에서 “‘~쌤’이라는 호칭은 표준어도 아닐 뿐더러 ‘교사를 얕잡아보는 호칭’으로 학교에서 권장할 용어가 아니다”라면서 “가뜩이나 교권 침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마지막 자긍심과 위안을 느끼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선생님’ 호칭을 폐기하는 것은 성급하게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언론의 비판도 이어졌다. 가령 서울신문 ‘씨줄날줄’(황수정 논설위원)을 보면 “비속어와 외래어를 교육청이 혁신 방안이라고 앞장서 권유하느냐”, “바둑 기사도 아니고, 교사들이 왜 ‘프로’인가” 등 옮기기도 민망한 반응들이 들끓는 여론까지 전하고 있다. “여론은 대번에 시끌시끌하다. 여과 없이 전하자면 귀를 의심하며 실소들을 터뜨리는 분위기”라는 것.
이어서 칼럼은 “딴 건 몰라도 이 논란만큼은 왈가왈부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더는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전교조에서도 반대 논평을 냈을까.”라며  아예 ‘깜’조차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한다. 비판이 거세자 조 교육감은 “우리(교직원)끼리 수평적 호칭을 쓰자는 것이고, 선생님과 학생 간엔 전혀 적용이 안 된다”고 해명하는 등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였다.
결국 사제간에는 ‘수평적 호칭제’를 쓰지 않기로 했다지만, 도대체 혁신방안 내용이 무엇이길래 그런 것일까. “직급과 직위로 나누는 호칭 문화, 복장 문화, 위계적인 관계 문화를 혁신하겠다”며 내놓은 혁신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시교육청과 산하 교육지원청, 학교 직원들은 호칭에서 직급ㆍ직위를 빼고 서로를 ‘~님’이나 ‘~쌤’이라고 부른다. 별명이나 영어 이름, ‘~프로’라고 부르는 등 친숙한 호칭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교육청에서 30대 주무관이 60대 교육감에게 ‘○○쌤’이라 부르고, 학교에서는 젊은 교사가 정년 앞둔 교장에게 ‘○○님’이나 ‘○○쌤’으로 부르는 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국장님이나 과장님같이 직급이 붙은 호칭은 조직 문화를 경직되게 만들어 구성원끼리 원활한 소통을 막는다는 지적이 많다”며 추진 배경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서울시교육청 간부 회의에서 먼저 이런 호칭으로 부른 뒤 희망하는 부서나 기관에서 시행하도록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원하는 학교부터 신청받아 이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고, 효과를 본 뒤 다른 학교에서도 시행하도록 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 외 정장이 아닌 점퍼나 청바지 같은 자유복장 등도 있지만, 논란이 일었던 건 역시 호칭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시교육청 그렇게 할 일이 없나’이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의 교직원간 호칭을 교육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다. 오히려 다른 직장과 달리 위아래 개념이 가출한 중등 교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말하는게 아니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중등 교단은 그게 거의 안 되고 있다.
혹 학생들로부터 남녀노소, 심지어 행정실 직원들까지 다 선생님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조직문화가 경직되긴커녕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중등 교단이라 할까. 쉽게 말해 싸가지 없는 젊은 교사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유감스럽지만, 내가 32년간 머물렀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직접 목격하고 당한 일이다.
그런 지경의 현실인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계급장 떼고 그야말로 ‘켓세라세라’ 하자는 말인가? 선생님이란 호칭은 교권 수호의 마지막 보루다. 그 선생님 소리 때문 많은 교원들이 다시 한 번 스승의 길을 되새기고 다잡으며 교단에 서고 있는 걸 정녕 몰라서 그런 해괴한 일을 벌인 것인지 놀랍고 한심스럽다.
또한 직급과 직위로 나뉘는 건 어느 조직에서든 당연한 사회 질서의 하나이다. 그 자리값을 악역으로 기어코 해내려는 사람이 나쁜 거다. 호칭을 바꿔본들 직급과 직위 자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툭하면 폭행당하는 교사 등 교권 침해로 ‘선생님’으로서 자괴감이 생기는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면 선생님 호칭 폐기는 벌일 수 없는 일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