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와 잠재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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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와 잠재성장률
  • 허성배
  • 승인 2019.04.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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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소위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말 현재 소득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34개에 달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만도 23개나 된다. 그러나 이들 다수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은 제한적인 인구 소국들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할 때 인구 10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는 9개뿐이며, 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 국가뿐이다.
한국이 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소위 세계 경제 `30-50클럽`의 여덟언째 멤버가 된 것이다. 2018년 말 기준 우리 구매력(PPP) 소득은 4만 달러대 수준으로, 이미 이탈리아를 앞서며 일본, 프랑스, 영국에 대한 격차도 10~20% 정도다.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한 성과다.
3만 달러 시대 한국 경제의 향배와 과제는 크게 성장, 분배, 삶의 질 등 3가지 축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성장` 축이다. 현재 우리 잠재성장률은 3% 미만이며, 앞으로 2% 이하로 더 낮아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노동·자본 투입을 통한 기계적 성장의 원천이 소진된 가운데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추동해 왔던 기업 중 다수는 이미 정점을 넘었으며, 중국의 추격 등이 본격화한 상황이다. `30~50클럽` 내 앞선 선진국들의 경험을 볼 때 이탈리아와 일본은 각각 2004년과 1992년에 이미 소득 3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아직 3만6000 달러대와 4만 달러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서비스업과 중소 제조업을 망라해 3만 달러 시대의 혁신·생산성 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과 기업군을 확충하는 게 필수다.
둘째, `분배` 축이다. 안정 성장을 달성한다 해도 누구를 위한 성장 인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남는다. 실제 우리 국민의 평균소득은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증가했지만,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지난 20년간 소득 분배가 악화하고 계층 간 상향 이동성도 낮아졌다. 4차 산업혁명의 급진전에 따른 고용 충격, 빈곤 고령층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계속 어려운 상황이 예견된다. 취약한 사회안전망 보강, 인적 자원 투자 강화, 왜곡된 보상 체제 정비 등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더욱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소위 한국형 `포용 성장` 모형 구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셋째, `삶의 질` 축이다. 안정 성장과 공정한 분배가 우리가 원하는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최근 OECD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삶의 질은 2012년 22위에서 2017년 29위로 하락했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장시간 근로 문제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OECD 최장 수준에 가까운 연평균 2024시간으로 OECD 평균 1759시간에 비해 약 15% 많다. 구매력 기준으로 우리 국민소득은 주요 `30~50클럽` 국가들에 10~20%밖에 뒤지지 않으나 노동시간은 그 격차가 무려 25~80%에 달한다.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근로시간 감축이 필수적인데, 이에 따른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을 일터에서 이루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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