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속 뻥 뚫어준 ‘열혈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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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속 뻥 뚫어준 ‘열혈사제’
  • 장세진
  • 승인 2019.04.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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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4월 20일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끝났다. 일단 매주 토요일 방송하던 기존 SBS주말특별기획을 폐지하고 금토드라마를 신설한 건 잘한 일로 보인다. 모든 프로그램을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KBS 주말드라마와 맞붙어 보았자 번번이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SBS주말특별기획 마지막 작품이 된 ‘운명과 분노’와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보인 엄청난 차이의 시청률을 비교하면 이건 잘한 일 정도가 아니라 가히 ‘신의 한 수’라 할만하다. 최고 시청률로만 비교해봐도  ‘운명과 분노’가 9.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인데 반해 ‘열혈사제’는 그 두 배가 넘는 22.0%를 찍었다.
사실 금요일은 일주일중 드라마를 보지 않는 유일한 요일이었다. 물론 지상파 유일의 단막극인 KBS드라마스페셜이 한시적으로 편성될 때는 예외였다. tvN의 금요드라마 신설과 함께 첫 방송한 ‘빅포레스트’나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 등이 방송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토드라마의 성공은, 이를테면 그 틈새를 파고든 편성의 승리인 셈이다.
2월 15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40부(옛 20부)작 ‘열혈사제’는 10.4%로 출발했다.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었다. 아니나다를까 3회때 딱 한 번 한 자릿 수(8.6%)였을 뿐이다. 방송 내내 두 자릿 수 시청률이더니 마침내 34회에서 처음으로 20% 대(20.3%)에 올랐다. 최종회 시청률은 22.0%로 나타났다. 이건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열혈사제’는 국정원 출신의 분노조절장애 환자인 사제 김해일(김남길)이 악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다. 드라마 단골 직업군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참신한 모습이다. 가령 폭력배들을 가볍게 제압하는 사제, ‘부자되세요’라는 유행어를 외치는 등 범상치 않은 인상의 여검사 박경선(이하늬), ‘찾아가는 민원’이란 띠 두르고 상가를 도는 형사 구대영(김성균) 등이다.
랩하며 등장하는 신참 여형사 서승아(금새록)라든가 조폭 출신 사장 황철범(고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억지스런 설정에 대부분 캐릭터의 희화화가 거슬리지만, ‘열혈사제’는 영화 ‘골든 슬럼버’에서 김의성이 강동원에 대해 한 말, “아이, 저 인간 중독성 있네”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푹 빠져들게한 재미있는 드라마라 할까.
기본적으로 사회악을 응징해나가는 이야기인데다가 개성 만점의 참신한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배우들, 그리고 옆구리 터지게 하는 웃음 유발이 ‘열혈사제’의 대박을 주도했지 싶다. 자막으로 허구임을 밝히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버닝썬 사건 풍자 등 온갖 사회악에 대한 질타와 사제인 김해일의 그들을 까부수는 액션이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줬을 법하다.
그렇다고 불만이 없냐하면 그렇진 않다. 우선 지루함과 함께 아연 긴박감을 추락시키는 쓸데없는 장면들이 꽤 있다. 가령 테러를 위한 복선쯤 되어 보이는 김해일과 한성규(전성우)의 나들이를 보자. 그것도 다소 생뚱맞는데, 한성규 피습 및 혼수상태 모습이 지루할 정도로 펼쳐진다. 쏭삭(안창환)ㆍ 오요한(고규필)ㆍ장룡(음문석) 등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나사(미항공우주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 요한을 만나는 장면도 그렇다. 지금은 없어진 대검 중수부가 나오는게 애교라 할 정도로 황당한 장면도 있다. 특히 교황이 특정 국가의 살인사건 수사에 관여하고, 심지어 내한까지 하는 건 아무리 허구임을 표방한 드라마라하더라도 황당의 극치라 할만하다. 교황청 항의를 받지 않았을까 궁금해진다.
드라마를 보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지적을 해야 하는지 짜증스럽지만,  ‘열혈사제’도 발음상 오류를 피해가지 못했다. 시작부터 “왜 항상 웃는 나시(나치→낯이)예요?”하던 오류는 40회 끝까지 “꼬시(꼬치→꽃이) 진짜 너무 예쁘네요”로 이어졌다. 일일이 열거하기를 생략하지만, 주ㆍ조연 배우 가릴 것 없는 걸로 보아 발음상 오류는 대본의 문제라 생각된다.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어”라든가 “능력을 용도변경하니까 얼마나 좋아”,“아주 일관성되게 개새끼” 등 기억에 남는 대사와 별도로 대박 인기를 무색케하는 대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하느님’이라 했다가 ‘하나님’으로 말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창고’를 ‘창꼬’라 말하고, “가리켜(가르쳐)주면 그걸 못하냐” 따위 오류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작가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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