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교원문학상 시상식을 치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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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교원문학상 시상식을 치르고
  • 장세진
  • 승인 2019.05.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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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얼마 전 제3회교원문학상과 제3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을 치뤘다. ‘교원문학’ 제4호 출판기념을 겸한 시상식이기도 했다. 나는 ‘교원문학회 3년을 돌아보며’라는 ‘교원문학’ 제4호 발간사에서 말했다. “어느새 ‘교원문학’ 제4호를 내게 되니 회장 겸 발행인으로서 자못 감개무량하다. 아마 창립 멤버들 감회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고.
그런데 막상 시상식을 치르고 난 기분은 예년과 다르게 그리 신나거나 즐겁지 않다. 불현듯 남강교육상을 받은지 1년 만에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난 일이 떠오른다. 정년까지 2년이나 남아 있었기에 그 기간 더 열심히 학생들의 지도교사가 되어달라는 수상의 의미를 본의아니게 배반한 셈이 되고 말았던 명예퇴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지난 해 주는 기쁨의 마음을 담은 글로 연금수필문학상까지 수상한 바 있지만, 제3회교원문학상과 제3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을 치른 소감은 한마디로 ‘떠나고 싶다’이다. 2016년 6월 ‘교원문학’ 창간호 발간을 시작으로 제4호까지, 그리고 ‘교원문학신문’ 제1~5호 발행 등 3년간 사재(私財) 1,600만 원 넘게 써가며 꾸려온 교원문학회를 그만 떠나고 싶은 것이다.
그 동안은 그런 거금을 쓰면서도 즐겁고 기쁘기 그지 없었다. 1983년 등단 이후 받은 원고료ㆍ인세ㆍ상금 등을 한 푼도 쓰지 않고 30년 넘게 모았는데, 그것이 꽤 되었다. 그걸 재원 삼아 사회에 환원키로 한 인생 2막의 시작이라 할까. 일개 교사 출신인 내가 감히 사재를 출연해 퇴직후 교원문학회에 매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거기에 퇴직 후 어느 날 죽을 때 돈 가지고 가는 것 아니라는 깨달음이 더해져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여러 문인 및 지인들 말로 ‘대단한 일’을 벌이게 되었지만, 제3회교원문학상과 제3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을 치르고 나선 ‘내가 지금 무슨 뻘짓을 하고 있지?’ 하는 의구심이 왈칵 솟구치더니 쉬이 떠나질 않는다.
사실 내가 창립을 주도하고 초대 회장으로 나름 기반을 다진 교원문학회를 떠날 생각에 사로잡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상금 없어도 좋으니 상만 달라는 연락은 그냥 묵살해버렸지만, 상 안준다며 전화에 문자질하는 회원 때문 고통스러웠다. 내 돈 써가며 좋은 일 하는 것인데,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 그만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내 돈 써가며 좋은 일 하는 것인 만큼 회원들이나 문인들로부터 욕 먹을 짓은 하지말자는 신념이 있었다.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수상자 선정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말도 되지 않는 불미스러운 언행으로 인해 빠져든 깊은 회의를 간신히 극복하고 치른 제3회교원문학상과 제3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 시상식인 셈이다.
일종의 배신감이랄까 아무튼 시시콜콜 그 내용을 밝히진 않겠지만, 시상식 후 그로 인해 ‘좋은 일하며 왜 이런 당혹감과 난처함에 빠져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생각이 이어졌다. 그딴 것들은 사재 출연의 교원문학회장를 하지 않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다. 그런 ‘교원문학회’를 떠나려 하는 건 인지상정일 수밖에.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데에는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회원 등 아주 사적(私的)인 이유도 있다. 이 역시 미주알고주알 여기서 밝히지 않겠지만, 앙금이라 할 그런 개인적 감정이 새록새록 솟구쳐 오르는 걸 어찌 할 수 없다. 이래저래 떠날 생각의 늪에 빠지게된 것이다. 여느 문학상과 달리 많은 문인들 참여가 없는 시상식은 떠나고 싶은 이유로 끼지도 못할 판이다.
요컨대 글을 열심히 쓰는 일이나 내게 어울릴까 문학회 회장 깜냥은 되지 못하는 자책감까지 덤으로 얻게된 제3회교원문학상 시상식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제3회전북고교생문학대전에선 개최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필에선 1~3등 수상작이 없는데다가 시부문 장원(1등상)은 부모, 차하(3등상)는 지도교사가 대신 상을 받았다.
수상 학생들은 다른 백일장대회에 가고, 무슨 자격증 시험 때문 시상식에 올 수 없단다. 부모와 지도교사에게 상을 주려고 전북고교생문학대전을 실시하는 것이 아닌데…. “많은 분들의 뜻있는 후원에 힘입어 ‘교원문학’이 제몫을 다해내리라 다짐해본다.”로 ‘교원문학’ 제4호 발간사를 마무리하고 있지만, 도무지 그럴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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