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교체 국제 이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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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정권교체 국제 이슈화
  • 허성배
  • 승인 2019.06.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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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남과 북, 이념·체제가 운명 갈라 남, 민주·시장경제로 우뚝 섰고 북, 공산·세습·독재로 몰락 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 집착 북 정권 교체 다시 국제 이슈화  남·북·미, 피하지 말고 다뤄야 남과 북은 1945년 해방과 분단 이후 74년 동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남한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 국가로 우뚝 섰고, 북한은 최악의 인권 탄압국과·경제 파탄 국으로 전락했다. 같은 민족인데, 무슨 차이가 있었는가. 이념과 체제가 달랐다. 남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통해 정치·산업·문화를 눈부시게 발전시켜왔지만, 북은 시대착오적인 공산주의 세습 독재를 고집해오다 체제 붕괴를 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않다. 핵과 미사일이 세습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핵 개발을 시작한 김일성도,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도, 핵보유국을 선언한 김정은도 북 인민을 포기할지언정 핵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한순간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1994년 제네바에서 북한과 협상을 시작한 미국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핵 개발과 체제 유지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게 됐다.
그래서 2001년 집권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검토했다. 그러나 힘으로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이라크·이란 등 중동에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갔다. 부시 대통령을 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일찌감치 노벨 평화상을 받은 탓인지 북한과의 충돌을 피하고 ‘전략적 인내’라는 무책임한 방관 정책으로 일관했다.
한국 내에서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정착된 1990년대 이후 북 체제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보수·우파 쪽에서는 체제 경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진보·좌파 내에서는 오히려 ‘체제 보장’이라는 말로 북한의 공산·세습·독재를 옹호하는 듯한 주장이 나온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에 북한 체제 문제를 다시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생물·화학 무기와 장·중·단거리 미사일 폐기는 물론 오토 웜비어를 거론함으로써 인권 문제를, 주민의 생활을 우려함으로써 체제 문제를 의제화 했다. 특히,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북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면서 등장한 ‘자유 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하는 등 과감한 행동에 나선 것도 북 체제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과 관련이 있다는 자유 조선의 활동에 미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이다. 미 정부가 북 체제 변화를 모색할 수 있지만, 당장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원치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면서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 개발을 하면서 체제도 유지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북 집권층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체제 문제에 대한 ‘우회적인 접근’은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정권 외교·안보 분야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을 해도 계속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우리도 돕겠다”는 얘기를 북측에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후계자 얘기가 나오자 왜 벌써 그러느냐? 고 짜증을 냈지만 “세습은 나까지만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일이 2008년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김경희·장성택·김옥 등 가족에게 둘러싸였고, 결국 김정은 3대 세습을 하게 됐다고 정통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김정은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핵을 이고 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말 속에 4대 세습에 대한 의지가 엿보여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서 빠져나와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면서 북핵 등 외교·안보 현안을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 때문에 전면적 협상을 망설였던 북한도 대화를 재개하려 할 것이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문재인 정부나 이제는 더는 숨길 수가 없다. 정말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제 북 체제 문제도 거론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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