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치킨집 해마다 8천 곳,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
상태바
문 닫는 치킨집 해마다 8천 곳, 우리나라 자영업의 현실
  • 허성배
  • 승인 2019.07.01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성배 주필
전국적으로 치킨집이 지난해 6200곳 창업하는 동안 8000곳 이상 폐업했다고 한다. KB금융그룹이 지난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영업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치킨집은 최근 4년 동안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어두운 고용 사정과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치킨집은 사업 경험 없는 50·60대 직장 은퇴자들이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전국에서 올해 2월 영업 중인 치킨집이 약 8만7000개에 이르는데 그중 매년 약 10%가 폐업할 정도로 과당경쟁, 임금인상에 따른 충격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매년 6000곳 이상 새로운 치킨전문점이 등장하는 것은 기업이 필요한 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에서 자영업자가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 25.4%에 이른다. 미국 6.3%, 일본 10.4%, 영국 15.4%보다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평균인 17.0%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일자리 부족으로 생계형 창업자들이 늘어나면 과당경쟁으로 기존 자영업자들까지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초 발표한 도소매, 음식 숙박, 개인 서비스업종 경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33.6%는 경영 악화로 휴·폐업이나 사업 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해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도 권리금을 회수하기 어렵고 폐업 후 대책도 막막해서 그저 빚만 쌓아가는 자영업자도 상당수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기업이 고용을 늘리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 주요 국가들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 정부는 오히려 법인세 최고세율을 지난해 22%에서 25%로 인상했다. 고용유발 효과가 제조업 보다 2배가량 높은 관광·물류·보건·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6년 이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자영업자들도 과당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