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모 당하는 손학규 대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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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 당하는 손학규 대표를 보며
  • 장세진
  • 승인 2019.07.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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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좀 수그러든 모양새지만, 지난 4ㆍ3 보궐선거 직후 불거진 바른미래당의 계파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후보를 낸 경남 통영ㆍ고성지역에서의 득표율이 3.57%로 나타나자 바른정당계가 “현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손학규 대표 퇴진을 촉구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을 거치면서는 안철수계 의원들도 손대표 퇴진에 가세했다.
그러나 손대표의 퇴진 거부 뜻은 완강하다. “추석까지 당 지지율이 10%가 안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죽기를 각오한다”고까지 했다. “찌질하다”(이언주 의원), “독단과 독선으로 혼자 당을 운영한다”(오신환 원내대표),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하태경 최고위원) 등 금도를 벗어난 당내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험한 꼴 다 당하고 있다. 빨리 나와서 새집을 짓자”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권유가 공개적으로 나왔을 정도다. 손대표로선 ‘내가 이러려고 강진 토굴을 나와 정치판으로 다시 돌아온건가’ 따위 탄식이 절로 나올 법하다. 1993년 민자당 국회의원 당선부터 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에 이은 대통합민주신당 입당 등 지난 날 역정(歷程)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바른미래당의 그런 모습은 국민 또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도 괴이한 일이다. 당선이 확실시된 지역도 아닌 보궐선거에서 패했다고 당 대표를 물러나라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해서다.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다면 모를까, 무엇보다도 당원 등 그들 스스로 선출하여 모신 당 대표 아닌가!
거기서 자연스레 악수(惡手)라 할 손대표의 운신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바른미래당 손대표를 직접 만난 것은 2011년 9월 24일 오후 2시 열린 ‘2012 총선ㆍ대선 필승결의대회’(전주영생고등학교 대강당)에서였다. ‘2012 총선ㆍ대선 필승결의대회’는 민주당 전주 완산을 지역위원회(위원장 장세환) 주최 행사였다.
당시 행사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 많은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지원ㆍ박주선ㆍ강창일ㆍ조배숙ㆍ강봉균(2017년 작고)ㆍ최규성ㆍ김춘진ㆍ이종걸ㆍ이강래ㆍ신건(2015년 작고) 국회의원 등 내가 이름을 아는 경우만 해도 10명이 넘었다. 그외 김재균ㆍ이윤석ㆍ안규백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김완주 도지사, 송하진 전주시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고교 교사로서 당원도 아닌 내가 거기에 간 것은 행사 주최자인 장세환 국회의원이 형이라서다. 초선 국회의원인 점을 감안해보면 그야말로 대단한 세 과시가 된 셈의 행사였는데, 축사에서 손대표는 장세환을 거침없는 국회의원이라 전제했다. 이어서 장세환이 거침없이 행동하는 국회의원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정의로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웅변했다.
무릇 행사에서의 축사야 다 좋은 얘기만 하는 게 예사지만, 동생인 내가 듣기에 백번 정확하고 옳은 소리였다. 그냥 겉치레가 아닌 뭐랄까 신뢰와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후 장세환의원의 19대 총선 불출마와 함께 손대표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멀어져갔다. 손학규 대표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것은 2014년 7월 경기 수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깟’ 보궐선거에서 패하자마자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다. 잘 알려져있듯 손대표는 이후 전남 강진 백련사 뒷산 토굴에 둥지를 틀고 2년여 칩거생활에 들어갔다. 사실 나로선 그때 너무 의아스러웠다. 당 대표나 선거대책본부장도 아닌, 그냥 일개 국회의원 후보자중 한 명이었을 뿐인데 패배의 책임을 진다며 정계 은퇴까지 선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밀려난 이후 독일로 출국, 8개월여 간 연수 생활을 하고 나서의 고배(苦杯)라 나름 쪽팔렸을 수도 있긴 하다. 그럴망정 그렇게 ‘신사연하거나 싱겁기까지 해가지고’ 어떻게 이전투구(泥田鬪狗)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뭐 그런 실망감이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손학규 대표가 정치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2016년 10월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전 의원이 내민 손을 잡고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2017년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 전 의원에게 패배했지만, 2018년 9월 2일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및 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 손대표가 일종의 하극상으로 보이는 퇴진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되게 안타까운 일이다. 이유는 딱 하나다. 탈당을 한나라당 나온 한 번으로 끝내고, 당내 반목 따위 역학관계 등 우리가 모를 뭔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더불어민주당에 계속 남았더라면 손대표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차기 대선 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수모 당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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