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잠정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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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잠정확정
  • 허성배
  • 승인 2019.07.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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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오른 시급 8,590원으로 정해졌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청와대나 정부 일각에서 제시되던 ‘속도조절론’이 현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제13차 전원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8,590원으로 의결했다. 월 근로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한 금액은 전년 대비 5만160 원 오른 179만5,31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전날 오후 4시 30분부터 13시간에 걸쳐 마라톤 심의를 진행한 끝에 이날 새벽 5시 30분경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사용자위원에서 제시한 8,590원과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8,880원을 각각 표결에 부쳤고, 사용자안 15표, 근로자 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 안이 최종안으로 채택됐다. 사용자위원 측은 올 1·4분기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 1.7%와 올해 한국은행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1.1%를 더해 2.87%의 인상률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위원들이 3%의 인상률은 인정할 수 없기에, 3% 인상될 경우 나오는 8,600원에서 10원을 뺀 수치를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의결된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역대 세 번째로 낮다. 정부 안팎에서 제기된 속도조절론이 실현된 셈이다. 외환위기 한복판이었던 1998년에는 최저임금이 2.7% 올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할퀴고 간 2010년에도 2.75%의 인상률을 보였다. 이 같은 낮은 인상률에 대해 최저임금위 측은 “당시에는 금융위기였다면 요즘은 실물경기가 어려워서 문제라고 사용자위원들은 얘기했다”며 “경제 사정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지난 2018, 2019년 최저임금의 전년 대비 인상률은 각각 16.4%, 10.9%다. 최대 8분의 1 수준이다. 
이번 의결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 정부 임기인 오는 2022년까지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린 데 이어 속도 조절까지 현실화한 만큼,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 의결 직후 “최저임금 참사”라며 “노동 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논평했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며,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를 앞두고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로 올해부터 5년간 총 약 29조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지출은 48조 원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나왔다. 정부가 재정이 많이 드는 정책을 쓰는 가운데, 이를 제어해야 할 국회도 뒷짐을 지거나 오히려 이를 부추겨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들어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예사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18년 가결 법률의 재정 소요 점검’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재정 수반법 률은 225건이었다. 이 중 계산이 가능한 150건의 법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5조 7,220억 원, 5년간 총 29조 4,529억 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됐다.
가장 몸집이 큰 것은 근로장려금 개편이었다. 지난해 국회는 근로장려금의 연령 요건을 30세 이상(단독가구 기준)에서 폐지하고 소득·재산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조정을 했다. 이에 연평균 2조 2,851억 원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추산했다. 또 농업·임업·어업용 석유에 대한 간접세 면제기한을 늘려 연평균 5,831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일몰기한 1년 연장 등으로 연평균 4,375억 원의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 매년 1조 7,990억 원, 5년간 총 8조 9,950억 원의 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방소비세율도 11%에서 15%로 인상되며 지방세수가 연평균 3조 5,633억 원, 5년간 총 17조 8,164억 원이 증가한다. 다만 전체 세수 감소 법안이 많고 규모도 커 전체 세수 감소분을 상쇄하진 못했다.
들어오는 세금도 줄어 드는데 돈 들어갈 일도 많아진다. 작년에 통과된 법안들로 연평균 9조 6,103억 원, 5년간 총 48조 513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7세 이하로 올 9월부터 확대하며 연평균 2조 7,709억 원, 기초연금액의 25만 원으로의 상향으로 매년 2조 6,441억 원 등이 소요된다. 또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유효기간을 지난해 12월 31일에서 5년 연장하며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 구직활 동 지원금 등이 계속 시행, 매년 1조 3,04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재정 수반 법률이 증가하고 있어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운용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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