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이자도 못내는 기업급증 집단파산 우려 커 면밀정책 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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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이자도 못내는 기업급증 집단파산 우려 커 면밀정책 펴야
  • 허성배
  • 승인 2019.07.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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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돈 벌어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지난 2년 동안 급증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피해 해외에서 살길을 찾겠다는 기업들 도피하듯 탈(脫)한국 진난 1분기만 16조 원이나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근본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긴커녕 공허한 장밋빛 구호만 외친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의미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율)은 2017년 6.3에서 2018년 5.9로 4년 만에 악화로 돌아섰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전기 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3.9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사업을 해서 금융권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추락했다는 의미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충당하기 어려운 ‘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2016년에는 28.4%로 하향 추세였지만, 2017년엔 29.7%로, 지난해엔 32.1%로 급상승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무역갈등이 악화하면 4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3년째 이자 비용도 내지 못해 퇴출 직전인 ‘한계기업’도 무려 14.1%였다. 이 정도면 기업의 집단 파산도 우려해야 할 판이다. 올 1분기 제조업 해외직접투자액이 지난해보다 140% 폭증(기획재정부 발표)했다는 사실은, 생사기로의 기업들이 해외에서라도 돌파구를 찾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지난달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한 행사에서 정부는 제조업 혁신을 통해 2030년 ‘세계 4강’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도 실행 계획도 안 보인다. 반기업 정책을 바꿀 진정성도 없다. 규제·노동·교육·구조 개혁 없이는 제조업은 물론 한국경제를 살릴 수 없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더니 급기야 내년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절박한 개혁에는 여전히 역주행하고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늘 어렵다고 말한다.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금 경기가 좋다’거나, ‘기업 경영할만하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금융계에서 내놓은 기업 관련 보고서는 요즘 나오는 기업들의 한탄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질 경우는 어떨까. 한은은 매출이 3% 감소하고, 주력 수출업종은 6% 감소할 때를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더니 이자보상배율은 5.1이 될 것으로 나왔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37.5%로 뛴다. 한·중 무역 전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니 이 정도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집값이 급락하게 되면 깡통주택들이 급증하면서 집주인들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세계·국내총생산이 2.0%와 3.3%씩 줄고 집값이 15.6% 하락할 경우를 조사했더니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에서 12.5%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왔다. BIS 비율 규제 기준치는 10.5∼11.5%다. 금융기관들이 위험한 수준까지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여력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전반적인 수치로, 일부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는 취약한 곳이 생길 수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심하게 집값 하락을 유도하면 일부 금융기관의 파산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정책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빠질 수 있다. 시장 흐름을 잘 읽고 면밀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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