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빠진 축구 친선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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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 빠진 축구 친선경기
  • 장세진
  • 승인 2019.07.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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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7월 26일 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팀 ‘팀 K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 2018~2019 시즌 우승 클럽 유벤투스FC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국가 대항전인 A매치는 아니지만, 스포츠 경기중 유일하게 축구팬인지라 TV 중계로 지켜보았음은 물론이다. 밤 8시부터라 밤 10시 시작하는 SBS 금토드라마를 보는데 지장 없을 것이란 계산도 한몫했다.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밤 8시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러나  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시작되었다. 유례가 없는 지각 경기였다. 시간에 맞춰 준비를 완료한 팀 K리그 선수는 물론 6만 5천여 석을 꽉 메운 관중들, 중계방송 시청률 11.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그 수조차 헤아리기 힘든 수많은 시청자들을 1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초유의 친선경기가 벌어진 것이다.
알고보니 유벤투스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시간은 오후 2시 40분경이다. 애초 낮 12시 45분 도착 예정이던 비행기가 태풍 영향 때문 2시간 가까이 연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착된 상황에 맞춰 이후 일정을 슬기롭게 조율했으면 정해진 경기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초유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얼마나 팀 K리그, 나아가 대한민국을 졸로 봤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싶다.
결국 SBS 금토드라마를 재방으로 미루고 본 친선경기는 3대 3 비기는 것으로 끝났다. 급조된 팀 K리그 선수들의 소통이 점차 되살아나 친선경기치곤 활발한 공격 등으로 3골이나 넣어 보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특히 대구FC의 세징야가 약속대로 골을 넣고 벤치에 앉아있는 호날두를 향해 그와 같은 세리머니하는 장면이 그랬다.
그런데 처음부터 안보인 호날두는 끝내 경기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ㆍ후반 90분 경기에서 단 1초도 뛰지 않은 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중계 카메라가 벤치에 있는 호날두 모습을 간간이 보여주었을 뿐이다. 선수 출전이 감독 권한이긴 하지만,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다. 호날두가 ‘팀 위에 군림하는 선수’라는 점에서다. 속된 말로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할 정도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망감을 넘어 분통이 터진 것은 당연히 지각 경기보다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진 호날두 결장이다. 유벤투스가 명문 구단이고, 그에 걸맞게 골키퍼 부폰ㆍ이과인ㆍ만주키치 등 세계적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지만, 메시와 함께 10년 이상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이라 할 호날두가 뛰는 경기를 보고자 한 팬들로선 배신 내지 우롱당한 셈이 되어서다.
가령 입장권 판매에서 그 점이 분명해진다. 입장권은 지난 3일 예매 첫날부터 전석이 매진됐다. 표가 2시간 30분 만에 다 팔린 열기였다. 이는 호날두 효과라해도 틀리지 않다. 보도(조선일보, 2019.7.26.)에 따르면 가장 비싼 좌석은 ‘프리미엄존 S’(약 200개)로 40만 원이다. 경기장 서쪽 스탠드 맨 아래쪽 좌석으로, 호날두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 가장 비싸다는 것이다.
“‘프리미엄존 S’에 앉으면 교체 후 벤치로 들어오는 호날두의 땀방울까지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호날두는 계약 조건상 45분 이상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후반에 교체돼 나올 가능성이 크다. … 이번 친선 경기의 좌석 가격은 모두 호날두를 중심으로 매겨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것이 기사의 대략적 내용이다.
한편 이번 친선경기를 개최한 ‘더페스타’의 로빈 장 대표는 신문 인터뷰에서 “유벤투스 측에 팀 K리그와 국내 팬들에 대한 존중을 가장 많이 얘기하고 있다. 호날두는 겸손한 스타여서 팬들을 실망시킬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스포츠서울, 2019.7.26.)고 말했다. 특히 기꺼이 돈을 써가며 경기장을 직접 찾아간 관중들로선 사기당했다는 생각까지 할 법한 이유다.
계약서에 45분 이상 출장하는 걸로 명시가 되어 있는데도 왜 호날두는 경기에 나서지 않아 비난을 자초한 것일까. 유벤투스측이 90분 내내 벤치만 지킨 호날두에 대해 컨디션 난조 및 근육 이상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탈리아로 돌아가 러닝머신 위에서 장난치는 장면을 자신의 SNS에 공개한 걸 보면 그 이유 역시 거짓말로 보인다.
팬들은 경기를 마치고 출국할 때까지 호날두 결장에 대한 이유를 댈 기회마저 날려버린 이유가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다. 미스터리로 끝나버린 유벤투스의 한국 투어가 된 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우리와 은원(恩怨)이 전혀 없는 호날두가 한국인들의 염장을 지른 채 돈만 쓸어간 최악의 한국 투어로 남게 되었다.
유벤투스나 호날두 대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경기 개최시간 지연과 호날두 결장에 대해 사과했지만, 분통이 터진 팬들의 마음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마침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일제(日製) 불매운동이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때다. 소송을 위한 원고 모집에 36시간 만에900명이 신청했다고 하는데, 그것과 별개로 이참에 생각해볼 것이 있다.
스타를 앞세워 돈만 쓸어가는 유럽 구단들의 한국 투어에 마냥 감지덕지하며 온 나라가 이런 꼴을 당하는지에 대해서다. 이번 친선경기 입장권은 약 3100개인 프리미엄존 좌석 표가 15분 만에 동났다고 한다. 이날 매진된 입장권 가격을 모두 합하면 약 65억 원에 이른다. 팬들은, 이를테면 65억 원 이상을 쓰고도 즐거움이나 스트레스 해소는커녕 유벤투스에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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