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단교(斷交)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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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단교(斷交)는 어떤가
  • 장세진
  • 승인 2019.08.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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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11년 3월 11일 진도 9.0의 대지진과 함께 쓰나미 참사가 일본을 덮쳤을 때 대한민국은 너무 다정한 이웃 국가였다.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일본 대사관을 찾아 조문했을 뿐아니라 길거리 모금까지 벌이며 해외재난성금 모금사상 최고액인 수백 억 원을 모아 일본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과거는 말끔히 지운 ‘통 큰’ 민족, 오지랍 넓은 국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의 행태를 보였다. 독도가 일본 땅이란 억지 주장은 기본이고, 자국의 침략 및 전쟁 역사마저 부인하기 일쑤였다. 예컨대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적이 없다” 따위가 그것이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취임후 부쩍 심해진 모습이 이어졌다. 급기야 수출 규제의 경제보복에 이르게 되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저절로 떠오른 후 냉큼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 제외 등 경제보복을 자행한 일본을 보며 떠오른 속담이다. 과거 조선을 식민 지배한 가해자 일본제국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경제대국 일본이 대한민국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제(日製)에 대한 각종 불매운동과 시위가 벌어지고, 문재인 대통령마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입니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등 일본과의 수교 이후 역대급 나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국민 70%가 2020 도쿄올림픽 보이콧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다. 독도라든가 위안부 문제 등 그동안 있어왔던 반일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NO재팬’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NO재팬’이 아니라 ‘NO아베’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따로 분리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식민 조선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일본인들이 분명 있지만, 일본 국민들 지지 없이는 아베의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과거 제국주의적 국가로 거듭나기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이래 8년 째 아베가 수상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그 점을 뒷받침한다.
한일간의 역대급 나쁜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그런 와중에 “아베 수상님께 사죄한다”커니 “식민지배기간 강제노역, 성노예 없었다”고 주장하는 과거 을사 5적 찜 쪄먹는 ‘또라이’들까지 설쳐대고 있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만개한 대한민국이라지만, 땡볕에 짜증을 부채질하는 망동(妄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듯 민족혼 없는 이들이 식민지 조선의 같은 후예들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어쨌든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보도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일본이 튕기면 다른 나라에서 사면 되는 그런 자유 시장경제가 아닌 모양이다. 여러 제품중에서 맘에 드는 물건을 사는 것이 거래의 원칙 아닌가. 장사라는게 파는 사람이 아쉬운 입장인 줄 알고 있는데 사는 우리가 보복을 당한다니, 나로선 이해가 안된다.
심지어 100% 일본제품에 의존하는 품목도 있다고 하니 그동안 뭐했나 하는 한심함이 절로 솟구쳐 오른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조선 침략이란 범죄 사실을 일단락했다지만,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역사적으로 유념했어야 했다. 뒤떨어진 기술력은 따라 잡으려 애쓰면 되지만, 수입 다변화란 말이 무색하게 일본에 전적으로 의지해왔다는게 놀랍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일간의 역대급 나쁜 관계의 본질은 따로 있다. 저들이 스스로 저지른 이 땅에 대한 침략의 식민 지배와 태평양전쟁 따위 전범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생긴, ‘전범국가 미청산’이 그것이다. 새삼스럽게 제국주의 일본의 극악한 만행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난 14일 1400회를 맞은 수요 집회와, 이제 20명만 남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절규만으로도 저들이 저지른 만행의 증거는 충분하니까.
이때 독일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똑같이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이지만, 독일은 ‘역사적 책임’을 진다며 사과도 했다. 독일은 나치 독일의 전쟁 범죄를 훌훌 털었기에 주변 나라들과 티격태격하지 않는다. 일본이 독일처럼 역사적 책임을 지고 사과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일간 마찰은 계속될 것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 및 전쟁의 역사마저 부정하고 있다. 이미 인정한 사실조차 번복하는, 기본이 안된 나라이다. 가령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은 종군위안부(정신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했다. 1995년 8월엔 무라야마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인해 손해와 고통을 준 것에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시 국가’이다. 일본이 과거사 반성과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오히려 방귀 뀐 놈 성내는 행태를 이어간다면 이참에 그들과의 단교(斷交)는 어떤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최악의 경우 일본과 단교할 수 있는 뭔가 근본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체질 개선의 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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