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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사랑의 나쁜 사례 ‘저스티스’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19년 09월 10일 (화) 17:54:40 장세진 .
   

9월 5일 KBS 수목드라마 ‘저스티스’가 끝났다. 조지아와의 국가대표 축구경기 중계로 평소보다 40분 당겨 방송했는데, ‘저스티스’는 32부(옛 16부)작으로 7월 17일 시작한 드라마다. 이날 MBC와 SBS, 그리고 케이블 방송OCN도 새로운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ㆍ‘닥터 탐정’ㆍ‘미스터 기간제’를 각각 시작했다.
필자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저스티스’를 본방사수했다. 마치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저스티스’는 시청률 1위의 수목드라마가 되었다. 첫 방송에서 6.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두 자릿 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그러나 최고 시청률은 7.0%를 찍는데 그쳤다. 의아하게도 최종회 시청률은 6.3%에 머물러 여느 드라마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저스티스’는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웹소설 원작 드라마는 더 있다. tvN이 방송했거나 하고 있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ㆍ‘진심이 닿다’ㆍ‘그녀의 사생활’ 등이다. 2016년엔 누적 조회수 5000만건을 기록한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이 KBS 월화드라마로 방송되어 최고 23.3% 시청률의 대박이 나기도 했다.
웹소설을 보진 않았지만, 물론 그것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마다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특히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가 거론된 월화극(실제 SBS는 이 시간에 예능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등 평일 드라마 활성화 방안의 일환이라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웹소설 원작 드라마가 모두 ‘구르미 그린 달빛’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저스티스’는 형, 동생하는 사이의 변호사 이태경(최진혁)과 범중건설 회장 송우용(손현주)의 애증을 바탕으로 온갖 범죄의 민낯을 까발긴 드라마다. 거기에 소시오패스인 정진그룹 탁수호(박성훈) 부회장이 얽히고, 열혈 검사 서연아(나나)가 그것을 수사하고 검거해낸다. 국세청장이 ‘허접한 노가다꾼’인 송우용에게 무릎을 꿇는 처음 장면부터 어떤 내용일지 짐작케 한다.
허구임을 자막으로 밝히고 있듯 실제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만큼 과연 드라마 내용은 충격적이다. ‘허접한 노가다꾼’에게 휘둘리는 정ㆍ관계 고위층, 총수나 다름없는 대기업 부회장, 유력 언론사 사주 등 언뜻 ‘별장 성접대 동영상’의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뿐이 아니다. 영화 ‘내부자들’도 생각나게 한다.
우선 손현주와 박성훈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손현주의 연기는 그야말로 포스가 다른 배우임을 보여준다. KBS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에서 보여준 치과의사와 전혀 다른 박성훈의 소시오패스 연기는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다. 같은 배우가 캐릭터에 따라 그렇게 달라 보일 수 있구나 하는 실감이라 할까. 
눈에 띄는 건 검찰에 대한 양분된 시각이다. 가령 검찰총장이나 차장검사는 송회장에게 성상납을 받거나 놀아나지만, 일개 검사에 불과한 서연아가 태경과 함께 그걸 깨부수는 전개가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연아는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아버지 서동식(이호재)이 성상납 받은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등 지금껏 드라마에서 거의 본 적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자신의 동생을 죽인 송회장에 대한 개인적 복수를 하는 태경과 달리 죄 지으면 벌 받는 것이 정의라 생각하며 실현해가는 서연아 검사에게서 희망 같은 메시지가 보이는 건 미덕이라 할만하다. 다만, 검찰 고위층의 검은 커넥션과 결탁된 그런 구조적 설정은 소위 가진 자들 비리 척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환기시켜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 가족 안전이 정의”라는 인식으로 온갖 범죄를 저지른 송회장을 자살로 처리한 건 좀 아니지 싶다. 그가 저지른 온갖 범죄가 ‘공소권 없음’으로 싱겁게 끝나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면죄부를 준 결말인 셈인데, 앞에서 잠깐 말한 낮은 최종회 시청률도 그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좀 아니지 싶은 건 그뿐이 아니다. 학교폭력 당한 아들 대진(김희찬)이 보는 가운데 가해자 부모에게 사과하는 등 가진 자들에게 당함을 송회장이 저지른 온갖 범죄의 연원으로 삼는 듯한 전개가 그것이다. 자살 직전 아들을 핑계삼은 자신의 욕망이었음을 고백하긴 하지만, 자식 사랑의 나쁜 사례일 수 있어서다. 태경을 끝까지 해치지 못하게 하는 우정 등 송회장이 너무 멋진 캐릭터로 그려진 것 역시 좀 아니지 싶다.
리얼리티 면에서 의아한 장면도 더러 있다. 가령 택배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가 그렇다. 훨씬 적은 승용차가 들이받았는데, 오히려 택배 차량이 전복된다. 게다가 범인인 승용차 탑승자들은 멀쩡한데, 택배 차량 운전자가 사망까지 한다. 과연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다. 범중건설 회장인데, 회사엔 없고 있어도 일하는 모습은 아닌 송우용 모습도 마찬가지다.
송회장이 집에 있을 때 역시 아내는커녕 가사도우미조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니 이상하다. 후반부엔 좀 뜸해지지만, 마치 알코올 중독자처럼 잦은 술 마시는 송회장 모습도 그렇다. 천장 아닌 조명으로 인해 역광을 보는 듯한 눈부심이라든가 시종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 너무 자주 바뀌는 화면이 주는 몰입 방해 등도 지적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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