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사고, 외국인 근로자 눈물을 바라만 볼 것인가
상태바
농기계 사고, 외국인 근로자 눈물을 바라만 볼 것인가
  • 염정길
  • 승인 2019.09.22 14: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창소방서 119구조대장 염정길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서 옷장에서 가을옷을 꺼내본다. 지난 가을 함께 했던 가을 옷은 변함없는 빛깔과 구김 없는 깔끔함은 바스락 가을에 잘 어울릴 것만 같다. 해년마다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계절의 굴레에서 늘 새로움을 얻는 것은 지난 추억이 깃든 내 몸에 꼭 맞는 보관된 옷을 꺼내면서 시작된다. 세상의 만물 역시 제각각 서둘러 자신의 옷을 입는다. 가을 들판은 누런 황금물결색, 하늘은 청명한 푸른색, 바다는 잔잔한 물결무늬색 옷을 입고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겸허한 아름다움은 그에 걸맞는 빛깔을 가질 때 발휘되는게 아닌가 싶다.
전년도 통계청 기준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건설현장, 공장, 그리고 농?어촌지역 등 일손이 부족한 현장에 보탬이 되고 있다. 국내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으며 노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트랙터, 콤바인, 경운기 등 숙련이 필요한 농기계들을 사용하면서 이에 대한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농?어촌에서 안전사고가 발생되는 원인은 의사소통 장애를 꼽을 수 있다. 한국어를 숙지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로 관계자와 공감 형성이 부족하고 한국문화 특성과 행동양식이 상이하여 의사소통을 더 어렵게 한다. 이는 위험상황에 직면할 경우 위험 전파 및 대처방법에 걸림돌이 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한 수신호 체계도 무너져 인명피해가 발생된다. 기계를 사용하는 현장에는 사고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어 함께 일하는 동안 끊임없는 의사소통으로 작업을 하지 않으면 위험은 배가 된다. 그래서 작업 전 한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간에 간단한 수신호를 통일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위험을 예지 할 수 있도록 간단한 그들의 언어를 익히는 배려로 소통의 벽을 허물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사전교육 없이 현장에 배치되는 것도 안전사고를 유발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숨쉴 틈 없이 바쁜 농촌에서 부적합한 이야기일지 모르나, 사고로 인해 발생될 인적?물적 피해를 고려한다면 사전교육은 필요하다. 경험하지 못한 농기구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다루다보면 재해를 피할 수 없다. 농어촌센터, 귀농귀촌학교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집합교육과 다국적 언어 사용법 책자를 보급하는 등 사전교육 후 현장에 배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최소한 의사소통에 애로사항이 있다면 시연을 통해 일정부분 숙련이 이뤄진 후 현장배치를 한다면 재해를 예방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전불감증을 해소해야만 한다. 최근 트럭 화물칸에 근로자를 태우고 전복된 사고, 면허가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트랙터 운전을 맡겨 추돌사고가 발생된 사고, 반사판 미부착으로 야간에 발생되는 교통사고 등 안일한 생각으로 크고 작은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견 가능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관계자부터 안전 불감증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검하고 작동기계 관리 및 기동시 직접 관여하는 등 직접적 개입과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안전의식이 동반된다면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한국어가 미숙하고 문화적 차이로 행동양식이 다른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계 사용법 숙지와 안전교육, 외국인을 배려한 다국적 표지 및 게시의 활용방안 모색, 안전불감증 해소를 위한 관계인의 직접적 개입 등 체계적인 지도와 관심, 배려가 현장에 배치되는 근로자에게 꼭 맞는 빛깔로 각종 재해로부터 안전한 근로의 조건이 될 것이다.
몸에 꼭 맞는 아름다운 빛깔에 행복한 웃음을 선물할지, 눈물로 얼룩진 빛바랜 색깔에 어울리지 않는 옷에 몸을 맞춰야 할지는 농?어촌 관계자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