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과 국가 존망을 가르는 총성 없는 위장 전쟁을 해야 할 외교부가 사고 부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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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과 국가 존망을 가르는 총성 없는 위장 전쟁을 해야 할 외교부가 사고 부로 전락하고 있다
  • 허성배
  • 승인 2019.10.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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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외교관들은 국익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한다. 동맹 외교 성패는 국가의 존망까지 좌우한다. 지난 70여 년 대한민국 외교는 ‘외교의 귀신’으로 불리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서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이르기까지 국가 발전을 위해 혁혁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교는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추락했고, 장관이 차관급 인사에게 면박당하고, 외교관이 무릎을 꿇는 부끄럽고 챙피한 수모까지 자초하고 있다.
‘외교관 무릎 사죄’ 사건 일어나  문 정부 들어 의전 실패 거듭돼 외교부 기강 사실상 붕괴 상태, 1차 책임은 康장관 리더십 부재와 주류 배제로 역차별 인사 만연  ‘靑 외교부 패싱’으로 사기 저하 외교는 총칼이 아니라 협상으로 하는 ‘위장된 전쟁’이다.  통상외교는 물론 이제는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의 ‘책임’에서도 밀렸다. 그러면서도 내부에서는 기강 해이, 성 추문과 갑질까지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유엔 주재 대표부 소속 서기관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앞에서 무릎 꿇고 빈 사건은 상징적이다. 당시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 당초 배석자였던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의 실수로 배석하지 못했다. 같은 날 열린 한·덴마크 정상회담에서도 의전 실수로 배석 예정자였던 청와대 기후환경비비서관이 참석하지 못했다.
이런 일도, 그렇다고 무릎 꿇는 일도 ‘의전이 생명’인 외교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4월 한·스페인 차관급 회담 장소에선 ‘구겨진 태극기’가 걸렸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실책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실무진의 동선 착오로 정상 단체 사진 촬영에 참석하지 못하는가 하면, 지난 4월 문 대통령 카자흐스탄 방문 때는 문 대통령이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도스톡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라 했다가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체코 방문 시 외교부 공식 트위터에 체코슬로바키아라고 국명을 잘못 올리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의전 실수가 발생, 문 정부에 대한 ‘조직적 사보타주’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이런 일들은 정상외교와 관련된 것이라 그나마 언론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성 추문과 갑질 행위도 끊이질 않고 있다. 기강 해이를 넘어 기강 붕괴 수준이다. 일차적 책임은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있다. 강 장관이 리더십 부재로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능한 외교관들은 장관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는 외교부 안팎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이른바 ‘실세’들이 강 장관을 어떻게 생각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김 차장과 강 장관의 삿대질 수준의 공개 언쟁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또, ‘적폐 청산 인사’로 찍혀 과거 주류였던 외무고시 출신(유능한 인재들)과 미국·일본통이 배제되고, 비(非)외교부 또는 비고시 출신 코드인사로 부상하면서 직업 외교관의 사기 저하 현상도 주요 원인이다. 물론 과거 서울대 외교학과 등 특정 학벌의 ‘북미 라인’이 지나치게 외교부를 좌지우지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진행된 지나친 ‘주류 제거·비주류 앞세우기’로 인해,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인물들이 걸맞지 않은 보직과 임무를 맡게 되면서 업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의 외교부 ‘패싱’이다. 주요 정책은 외교부와 논의 없이 청와대에서 결정돼 하달되고 있다고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만 하더라도, 발표 바로 직전까지 강 장관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 나아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계통을 무시하고 외교부 실무자에게 직접 지시·질책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외교부 직원들이 의욕을 갖기 힘든 것이다. 그저 눈치 보면서 복지부동 ‘워라밸’ 구호에 맞춰 최소한의 자기 업무만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강 장관 비판에 열 올리던 일부 외교부 간부가 갑자기 장관 홍보에 나서고 있다. 강 장관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들 때문이다. 김 차장이나 또 다른 ‘코드’ 인사가 장관으로 오면 외교부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극언하는 사람도 있다. 외교는 사교(社交)가 아니다.
국익과 국가 존망을 놓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특히, 북핵 위협 그리고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중 패권 싸움의 본격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상황은 중차대하다. ‘무능 외교’는 국익을 해친다. 그런데 외교부가 ‘사고부(事故部)’로 전락해 버렸다. 1차 책임은 강 장관, 최종적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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