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륙의 구조현장서 뜨거운 열정 재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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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대륙의 구조현장서 뜨거운 열정 재충전
  • 서윤배 기자
  • 승인 2019.10.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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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모범의용소방대원 해외연수 보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2019.10.2∼10.5)
의용소방대는 소방서의 소방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그 지역의 주민 가운데 희망자로 구성돼있다. 특히, 의용소방대는 자발적 조직으로 대원들이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면서 지역의 안전, 재난관리, 소방방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우리 고장의 각종 재난현장에 제일 먼저 달려가 활동함은 물론 소방 사각지역에서 소방서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의용소방대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역량강화가 절실하다. 이에 전북도 소방본부는 각종 재난재해 현장에서 소방업무를 보조하고 있는 의용소방대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해동안 열심히 활동한 모범대원을 선발해 선진지 견학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의 2019 해외연수를 살펴본다.  

▲2019년 선진지 해외연수-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전북 소방본부는 도내 14개 시군에서 30명의 모범 의용소방대원을 선발, 아시아속의 유럽으로 불리는 블라디보스톡을 찾아 러시아의 소방체계 등을 체험했다.
소방본부는 특히 보다 효율적인 연수를 위해 외교부 유러시아과에 협조를 요청하고 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을 통해 방문기관을 확정했다.
전라북도 의용소방대가 찾은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는 약 1억6,000만명으로 158개의 소수민족, 89개의 연방체제로 이루어진 나라이며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에 의한 전쟁과 독일 히틀러에 의한 2차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수많은 희생을 딛고 전쟁에 승리한 나라다.
레닌에 의해 제정러시아가 무너지고 스탈린에 의해 강권정치가 시작되면서 또 다시 수많은 정치적 희생과 소수민족이 희생을 당하는 아픔을 겪어왔다.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의 동쪽 끝에 위치해 러시아 유일의 부동 항구가 있어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도시로 제정 러시아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의 도시명을 짓고 군사도시로서 출발한 인구 약 60만명의 도시다.
또한 제정 러시아 알렉산드르 3세때 1889년에 착공해 26년만인 1916년에 완공한 러시아 서부 스텝지역과 동부 툰드라 지역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최근에는 푸친 대통령의 동방발전 목표에 따라 극동 경제포럼을 해마다 이곳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항과 도로를 개설하고 루스키섬을 잇는 두 개의 다리를 놓는 등 21조원의 예산으로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개선했다.
 
▲블라디보스톡의 주요 소방기구
2일부터 5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연수에서 의용소방대원들은 첫날인 2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오후 1시께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첫날은 기관방문 없이 숙소에 여장을 푸고 블라디보스톡의 관광명소를 찾았다.
블라디보스톡의 심장으로 불리는 혁명광장,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함대 14척을 격파했다는 C-56잠수함, 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개선문, 전쟁시 수천만명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꽃’ 등을 둘러보았다.
이어 둘째날인 3일부터는 본격적인 기관방문이 시작됐다.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의 기관방문은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며 신원을 철저하게 확인한후 입장을 허락하는 등 보안이 철저하다.
전라북도 의용소방대는 먼저 오전에는 극동 화재구조 아카데미(Far Eastern Fire and Rescue Academy)를 방문했다.
극동 화재구조 아카데미는 2013년 최초 신설해 2년째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처럼 전문 소방간부를 양성하는 소방사관학교다.
학교는 5년제로 운영하고 있고 1학년에 약 45∼55명의 학생이 있으며 학교 전체에는 극동 연해주 11개 지역에서 성적이 우수하고 시험에 합격해 선발돼 온 250여명의 학생이 소방수업에 정진하고 있다.
주로 배우는 것은 화재학, 구조학 등 소방분야의 기초에서부터 전문과정까지 이론은 물론 현장실습까지 완벽하게 전문소방인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 방문지는 루스키섬 내 소방서(Specialized Fire and Rescue Unit of the Federal Fire Service in Primorsky Region)로, 이곳은 러시아 응급상황대응부 연해주 지역본부(Ministry of Emergency Situations of Russia, Primorsky Region Headquarter)에서 배치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방서와 같은 기관이다.
소방대는 이어 러시아 민간의용소방대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러시아 의용소방대는 연해주 전체에 2,000여 명의 대원이 있으며 소방서가 없는 시골지역에서는 이들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구급활동까지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
전라북도 의용소방대는 셋째날인 3일에는 독립운동 발자취를 따라가며 순국선열을 기렸다.
대원들은 블라디보스톡역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 우굴나야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독립운동 유적지가 많은 우수리크스로 향했다.
우수리스크는 연해주 핫산군에 위치하며 중국의 훈춘과, 북한의 두만강과 접경한 지역으로 핫산군에는 연해주 한인들의 90%가 거주하고 있다.
우수리스크에서 첫 방문지로 고려인 역사관을 방문해 우리선조들이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민족의식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독립운동에 많은 지원을 해준 최재형 선생의 유택과 나라잃은 슬픔에 죽거든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를 참배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최재형 선생은 러일전쟁시 군납업체로 많은 부를 축적했는데 민족교육을 위해 32개의 학교를 건립했다. 또 무기를 구입해 연추지역 동의회라는 독립부대를 창설했고,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저격도 최재형 선생의 집에서 준비했다고 한다. 또한 임시정부의 모태가 되는 전러 한족중앙총회를 개최해 러시아에 있는 유력자 조선인 100여 명이 모여 민족의식을 갖고 독립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오형진 도의용소방대연합회장 인터뷰>
오형진 전라북도의용소방대연합회 회장은 "이번 해외연수를 통해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소방교육훈련체계, 소방장비 실태, 의용소방대의 역할에 대해 비교분석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러시아가 소방지도자를 5년제 대학과정을 통해 양성하는 것으로 보면서, 우리나라가 간부후보생 1년, 비간부 3개월 교육훈련 후 일선 소방서에 배치하면서 소방대원의 순직·공상 비율이 높아지고 소방현장 지휘력의 부족으로 대형 인명피해를 막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교육훈련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그는 "소방장비에서는 소방대원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를 러시아처럼 2시간용, 4시간 그룹용으로 제작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화재현장에서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의 충전을 위해서 소방서에 있는 충전장비를 차량에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중앙소방학교에서나 체험 가능한 공기호흡기 착용 연기속 미로탈출시설을 차량으로 견인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제작하면 안전체험관에서나 소방서 순회 또는 각종 행사장에서 안전교육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동식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오 회장은 "러시아의 의용소방대는 어린이들에 대한 안전교육 전담과 각 사업장 및 안전관리자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활동범위가 넓었다. 우리나라 의용소방대 역할도 대국민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분야로 확대하고 학교별 의용소방대 조직 등을 통한 국민들의 안전의식 개선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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