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모니터링으로 금융안정과 경기 살려 기업의 체력회복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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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모니터링으로 금융안정과 경기 살려 기업의 체력회복 대비해야
  • 허성배
  • 승인 2019.10.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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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기업실적 악화, 가계 연체율 상승,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의 움직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우리 금융안정 지수가 3년 반 만에 '주의단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한 대외여건의 악화와 국내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금융 불안 위험이 커져서다. 그러면서 지난달 들어 금융안정 지수가 '주의단계(8∼22)'에 해당하는 8.3을 기록했다고 했다.

금융안정 상황을 모니터하기 위해 실물경제와 금융 관련 지표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출하는 금융안정 지수가 주의단계에 진입한 것은 중국증시와 국제유가가 폭락했던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한은의 금융안정 지수가 주의단계에 들어갔다고 당장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주의단계 문턱을 살짝 넘은 상황이고 우리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도 여전히 좋다.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험단계(22 이상)까지 치솟았다 안정된 지수가 몇 차례 일시적으로 주의단계에 들어갔다가도 오래가지 않아 안정화되곤 했다. 다만, 최대 변수인 미·중 무역 분쟁, 국제유가 상황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는 아무리 잘 대비해도 모자라지 않다.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변수도 문제지만 우리가 직면한 내부 변수도 심각하다. 기업과 가계의 건강성과 활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서다. 대외 변동성이 다소 커지더라도 내부의 경제주체들이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대외 변수의 작은 변동에도 심각한 금융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100곳 중 14곳 꼴로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었다. 한계기업 비율은 2017년 13.7%에서 지난해에는 14.2%로 늘었다. 2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잠재 한계기업 비율도 늘고 있어 한계기업이 증가할 개연성이 크다.
3천200여 곳의 한계기업이 파산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돌아와 금융 불안의 요인이 된다. 가계 부채도 불안하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빠르게 늘어나 6월 말 현재 423만 명에 달하고 이들이 진 빚이 500조 원을 돌파한 것도 불안 요소다.
고위험 파생상품의 범람도 금융안정의 위협 요소다.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들은 고객이 중도환매를 요청하면 응해야 한다. 여기에 대비해 발행대금을 국공채·회사채 등으로 굴린다.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중도환매를 요청하면 이런 자산을 팔아 돈을 돌려줘야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회사채 등을 갑자기 팔려면 헐값에 팔아야 한다.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이 파생상품을 금융 불안 요소의 하나로 지목한 이유는 고위험 파생상품의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다. 7월 말 현재 파생결합증권(ELS·DLS) 발행 잔액이 117조4천억 원에 달한다. 현재의 금융 안정성을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심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금융시장 불안의 부작용이 한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뼈저리게 느꼈다. 빈틈없이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를 살려 기업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만이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도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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