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과 ‘도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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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과 ‘도어락’
  • 장세진
  • 승인 2019.11.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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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1월 10일 밤 SBS가 ‘SBS스페셜’ 대신 방송한 ‘도어락’(감독 이권)은 2018년 12월 5일 극장 개봉한 영화다. ‘도어락’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이 375만 명 넘는 관객을 모으는 흥행 와중에도 156만 명 남짓 동원했다. 제작비가 30억 원쯤으로 알려졌으니 얼추 손익분기점은 넘긴, 나름 선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도어락’ 이후 연말 대목을 겨냥한 ‘마약왕’ㆍ‘스윙키즈’ㆍ‘PMC-더 벙커’ 등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흥행 참패한 점을 떠올려보면 괜찮은 성적인 셈이다. 30억 원을 들인 ‘도어락’이 순제작비만 120~135억 원이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마약왕’ㆍ‘스윙키즈’ㆍ‘PMC-더 벙커’들과 별 차이 없는 관객이라면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영화라 할만하다.

‘도어락’은 지상파로 처음 방송된 신작 영화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특선으로 내보낸 한국영화가 9편이나 있는데도 신작을 방송한 편성이 돋보인  SBS의 ‘특선영화’라 말해도 될 듯하다. ‘2019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프리미어12’ 야구 단독 생중계로 ‘배가본드’ 등 드라마들이 결방하는 등 파행 방송의 피해자인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선물을 안긴 셈이라 할까.
‘도어락’은 수협의 계약직 여직원 조경민(공효진)이 혼자 살면서 겪는 현실 공포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람한 것으로 알려진 ‘미씽: 사라진 여자’(2016년 11월 30일 개봉)처럼 여성이 처한 열악한 사회현실을 보여준다. ‘미씽: 사라진 여자’ 역시 ‘도어락’의 주연배우 공효진이 이전 출연한 영화다.
공효진에 따르면 ‘도어락’은 ‘미씽: 사라진 여자’ 이후 1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다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하게 된 작품이다. “한 작품 한 작품 사활을 걸고, 인생을 걸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내가 주인공으로 서서 당연한 듯하는 게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시사위크, 2019.10.11.)어 1년 쉬었다가 재개한 영화가 ‘도어락’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20년차 배우 공효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어락’에 이은 출연작 ‘가장 보통의 연애’(10월 2일 개봉)가 관객 수 292만 명을 넘겼는가 하면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최고 시청률 20.7%(11월 13일)의 인기를 끌고 있다. 주연으로 나선 영화와 드라마가 모두 대박이니 데뷔 20년 만에 찾아온 공효진 전성시대라 할까.
두 작품에서 펼친 열연(熱演)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인기인데, 하이틴 잡지모델로 활동하던 소녀 공효진은 1999년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로 영화에 데뷔했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해 내가 쓴 당시 평을 보니 공효진 이야기는 없다. 박예진과 이영진이 주축인데다가 조연중 한 명으로 나온 공효진의 존재감이 미미했거나 없었던 탓으로 보인다.
‘공블리’라는 별칭까지 얻은 공효진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들을 살펴봐도 이렇다할 대박 작품은 없다. 2016년 8월 24일부터 방송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최고 시청률 13.2%를 찍으며 제법 인기를 끈 정도다. 영화‘가장 보통의 연애’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모두 이전 작품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니 공효진 전성시대가 맞다.
아무튼 덜컥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랄 정도의 공포감은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로맨틱 코미디에서와 전혀 다른 공효진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가 빛을 발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의 문을 밖에서 누군가 열려고 해 되게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현실 공포에 대한 환기가 ‘도어락’의 최대 미덕이기도 하다.
공포감 극대화로 긴장감 내지 긴박감을 안기는데는 성공하지만, 그러나 좀 아귀가 맞지 않는 대목은 낯설거나 아쉽다. 여성들이 일상생활중 당하는 현실 공포 ‘도어락’에서 벗어나 영화를 변태의 살인사건으로 몰아간 점이 그렇다. 범인 한동훈(이가섭)이 경민을 공격하다 스스로 죽임을 당한 어이 없는 결말을 보면 굳이 이형사(김성오)를 죽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의아스러운 대목도 있다. 가령 경민이 새 집으로 이사한 날 직장 후배 오효주(김예원)가 위험에 처한 걸 알고 뛰쳐나가는데, 열쇠를 들지 않은 채다. 이후 열쇠가 없어 잠시 집에 못들어가거나 관리인을 따로 부르는 장면이 있어야 매끄러운 연결이 될텐데, 그게 없다. 대신 아마 복사하고 제자리에 갖다 놓은 듯한데, 그 열쇠를 누가 갖다 놓는 장면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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