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공방 한·미동맹 강화로 접고 북·미회담 백번 해도 비핵화 기대는 ‘연목구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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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공방 한·미동맹 강화로 접고 북·미회담 백번 해도 비핵화 기대는 ‘연목구어’ (1)
  • 허성배
  • 승인 2019.12.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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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기인(奇人)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을 때 사람들은 미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이 바뀔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2차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뿐이다. 트럼프는 ‘나서지 말라’며 한국 정부의 손발을 묶어두고 1년 넘도록 ‘희망 고문’만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을 되게 하려는 건지, 시늉만 내는 건지 그 속을 알 길이 없다. 이래저래 한·미동맹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공방으로 한·미동맹에 치장된 ‘신성(神聖)의 허울’이 벗겨진 것은 한국에 보약 같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서 왕의 엑스칼리버 같은 ‘한국 수호’의 성검(聖劍)이었던 한·미동맹은 ‘사람들을 겁박해 돈을 뜯는 폭력배식’(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발언) 계약관계로 전락했다. 한·일 군사 정보보호협정(GSOMIA)사태는 미국의 동맹서열에서 한국이 일본에 멀찌감치 뒤처져 있는 현실을 체감케 했다.

얼마 전 서울 모 대학 학기가 끝나갈 무렵 미국의 외교정책이라는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약간의 맥락은 다르지만 유사한 질문을 했는데 “만약지금 한·미 동맹이 종료되거나 오늘 지구상에서 미국이란 나라의 존재가 없어진다면 동북아시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였다. 그런데 학생들의 대답이 너무나도 정확하고 세계 정세통찰력 향상에 놀랐다는 어느 교수의 말이다.
“대만은 그날로 중국에 항복하거나 점령당하겠지요”, “중국이 한국을 윽박지르고 북한이 위협하거나 전쟁을 일으킬지도 몰라요” , “일본이 독도를 점령해 버릴지도 모르죠” 학생들의 대답은 모두 한·미 동맹이 없어질 경우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중국은 본시 한국을 자신과 대등한 차원의 주권국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체제 아래서 중국에 복속 당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한국이 눈엣가시일 것이다.
한·미 동맹의 해체는 중국이 언제라도 한국을 마치 명나라가 조선을 다루듯 ‘아랫것’으로 다룰 수 있는 상황의 재(再)도리를 의미한다. 북한 역시 드디어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통일의 날이 다가왔다고 생각하고 한국을 더욱 강력하게 윽박지를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중국에 불리한 점들을 계산하는 중국의 반대가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은 ‘핵전략’을 통해 한·미 동맹마저 종료시킬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9일 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 핵탄도미사일을 접목한 초대형방사포(KN-25)는 전투용 신형전투용 무기로 경기 평택 미군기지를 비롯한 충남 계룡대와 일본 미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신무기로 연발시험사격은 UN 안보리제재 위반을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무기체계의 군사 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을 확증하였다”고 밝히면서 연말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은 더욱 더 강화, 앞으로 어떤 국가도 우리의 핵탄도 미사일 시험을 감히 제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이런 북한의 만행은 벌써 12번째인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북한 노동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제국’도 아니고, 제국이 속주(屬州)들에 베풀던 관용과 품위도 사라졌다. 이는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함께 피를 흘렸던 쿠르드 민족을 트럼프가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것에서 극적으로 드러났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말고 다른 이가 권력을 잡더라도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중국이 세계 패권 국가로 부상하면서 미·중 갈등은 ‘역사적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종합국력으로 따지면 미국이 절대 우위이니 전면 대결 가능성은 작지만, 국지적 갈등은 벌어질 것이고 그 사이에 끼인 나라들은 시달릴 것이다. 한국이 이미 2016년에 뼈아프게 경험한 일이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본 채 중국 땅을 떠났고, 관광·문화 산업도 타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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