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실천 공직자 반부패 특권 반칙 개혁 척결이 공정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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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실천 공직자 반부패 특권 반칙 개혁 척결이 공정 사회
  • 허성배
  • 승인 2019.12.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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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국정농단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청산하고 공정과 반부패 개혁을 내세운 현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서 3년 차다. 흔히 반환점을 돌았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반환점은 단순히 목표의 절반이 아니라 마지막 목표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는 지난날의 성과를 돌이켜보고 아쉬움을 반성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한 방향은 정확하게 설정됐는지, 어떻게 하면 지난 절반의 시간보다 잘 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로움 등 공정과 반부패의 가치를 강조했으며, 최근 개최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임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에서도 다양한 반부패·공정성 향상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했다. 생활 적폐 대책협의회의 운영을 통해 학사 비리, 보조금 부정 수급 근절 등 국민이 생활 속에서 직면하는 생애 주기별 9개의 생활 적폐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한편 2017년, 2018년 공공기관의 채용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해 비리 연루자 징계, 피해자 구제를 도모하고 채용 과정에서의 내외부 통제 강화 등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청탁금지법도 시행 3년을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생활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관행으로 여겼던 공직자에 대한 부탁과 접대를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하게 됐고, 실제로 ‘인맥을 통한 부탁이 줄었다’고 응답한 공무원도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청탁금지법은 잘못된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고 새로운 청렴 문화를 조성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신고자가 아닌 변호사의 이름으로 공익신고를 할 수 있는 비실명 대리신고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7월부터는 비실명 대리신고 자문변호사단을 운영해 변호사를 통한 상담·대리신고에 드는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함으로써 신고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등 신고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2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7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40위권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권익위가 측정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균 점수도 2016년 이후 2년 연속 상승해 국내외 부패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특권과 반칙 없는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커지고 있으며, 사회 전반의 공정성 개선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특권과 반칙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대답했고, 과반의 사람이 대기업·중소기업 관계, 법 집행, 취업 등 분야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더 투명한 사회, 더 공정한 사회’ 실현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반부패정책협의회를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로 확대 개편해 부패방지 대책과 함께 민생 경제 분야의 공정성 향상 대책까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공직자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이해충돌 상황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에도 속도를 더할 예정이다.
청탁금지법 개정을 통해 공직자의 민간에 대한 부정 청탁 금지를 법제화해 공직자의 권한이나 영향력 남용을 방지하고 공익신고 대상 법률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공익신고를 활성화해 사회 곳곳의 불공정·부패에 대한 자율적 통제도 강화할 것이다.
얼마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채용 비리 근절 대책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추진해 달라는, 마치 당부와 같은 질문지를 받아들고 용두사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대체로 적절한 표현은 초지일관일 것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반부패·공정 정책의 방향성과 기조를 끝까지 유지하며, 그 안에서 변화하는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을 펼칠 때 비로소 공정의 가치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중단 없는 반부패 개혁으로 더욱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반환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을 맞아 다시 한번 국민께 약속드린다.
공정(公正) 바람이 거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공정을 내걸었다. 취임사에서 ‘평등·공정·정의’를 강조한 것과 결이 다르다. 지금은 틈만 나면 ‘공정사회’ ‘공정을 위한 개혁’을 말한다. ‘공정’이라는 단어를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27번, 지지난달 8일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23번 언급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 핵심 키워드는 ‘공정, 혁신, 미래’다. 여당이 공정을 앞세운 것은 조국 사태로 중도층이 당에 등 돌린 이유가 공정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청년 목소리를 대변하는 황희두 총선기획단 위원은 민주당에 가장 절실한 부분으로 공정을 꼽았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정은 공정 가치를 바로 세워 미래 세대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지속해서 대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전에 이명박정부도 2010년 8월 집권 후반기 국정목표로 ‘공정사회’를 내세웠다. “출발은 물론 경쟁 과정을 공평하게 함으로써, 경쟁자들이 그 결과에 대해 공감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라고 했다. 당시에는 ‘고소영·강부자 정권’이 공정사회 운운한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해 일과성 정치 캠페인에 그쳤다. 현 정부는 얼마나 다를지 지켜볼 일이다.
공정은 우리가 먼저 다뤄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 노인인구 증가,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 전례 없는 파고가 밀려드는 가운데 곤궁한 처지는 대물림되고 불평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데 대해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고위 공직자 후보들에게서 드러나는 불공정 사례나 우리 사회 지도층 가운데 존경받는 이가 많지 않은 현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일그러진 사회의 민낯을 방치하고 후대에 그대로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공정은 모호한 개념이다. 사전적 의미는 ‘공적 정당성’ 또는 ‘공적 올바름’이다. 이런 개괄적 의미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경제발전 수준이나 정치체제 유형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라 그 내용이 바뀌는 상대적 개념이다. 진보세력의 공정과 보수세력의 공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저서 ‘정의론’에서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강조한다. 공정성은 ‘사회적 계약이나 사회 성원의 자율적 의사를 바탕으로 한 합의의 산물’이라고 했다.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한 것임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공정한 합의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공정이라는 개념에 무엇을 담고 어떤 원칙을 세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정에 관한 담론과 기준이 명료해야 공정을 구현하려는 정책들이 일관된 방향성을 지니게 돼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정을 규정하고 이를 강제해선 안 된다. 시민사회가 참여한 가운데 ‘공정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TV로 생중계되는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공정에 관해 많은 얘기가 오같다. 정부가 어떤 공정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국민이 많다. 국민은 공정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지, 어떻게 채워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듣기를 원한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 다수가 수긍할 만한 공정을 얘기하길 바랐다. 그래야 공정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만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합의를 이루는 건 절대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이 실천해야 할 덕목이라고 국민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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