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 예순에 오케스트라 함께 해도 섹시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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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 예순에 오케스트라 함께 해도 섹시한 남자
  • 투데이안
  • 승인 2011.01.1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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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문화, 업자와 소비자 사이’

낭만적인 곡은 웅장하면서도 거룩했다. 강렬한 곡은 절제된 품위가 있었다. 영국의 팝스타 스팅(60)의 곡들에 오케스트라가 덧대져 빚어낸 풍경이었다.

11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XIII-스팅 내한공연’은 거장의 관록이 오롯하게 느껴진 공연이었다.

공연장 밖에는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칼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공연장 안 1만여명의 팬들은 스팅의 마법에 홀려 열기를 뿜어냈다. 스팅은 예순의 남자도 여느 젊은 남자 못지 않게 섹시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과시했다.

공연의 포문을 연 ‘이프 아이 에버 루즈 마이 페이쓰 인 유(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는 시작에 불과했다. ‘에브리 리틀 씽 쉬 더즈 이스 매직(Every Little Thing She Does Is Magic)’에 이어 ‘잉글리시맨 인 뉴욕(Englishman In New York)’이 흘러나오자 객석은 초반부터 절정으로 치달았다.

직접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록산느(Roxanne)’를 부른 스팅은 ‘스트라이트 투 마이 하트(Straight To My Heart)’, ‘웬 위 댄스(When We Dance)’ 등 로맨틱한 곡을 잇따라 들려주며 공연장을 촉촉하게 적셨다.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를 부르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이 곡의 작곡가인 아르헨티나 기타리스트 도미니크 밀러(51)가 직접 기타 연주를 맡아 감흥이 더했다. 기타 반주와 드럼의 리듬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곡은 진행될수록 현악의 편성이 더해지면서 환상적인 하모니를 선사했다.

‘와이 슈드 아이 크라이 포 유(Why Should I Cry For You)’와 ‘웬에버 아이 세이 유어 네임(Whenever I Say Your Name)’, ‘필즈 오브 골드(Fields Of Gold)’는 오케스트라 편성의 웅장함을 만끽하게 한 곡이었다.

스팅이 적을 뒀던 록그룹 ‘폴리스’의 ‘넥스트 투 유(Next To You)’는 오케스트라의 옷을 입자 품위가 덧대졌다. 강렬하면서도 고풍스러움을 한껏 끌어안았다.

20분간의 인터미션 이후 흘러나온 곡들 역시 전반부의 곡들에 비해 모자람이 없었다. ‘디스카우보이 송 올 우드 엔비(This Cowboy Song All Would Envy)’, ‘매드 어바웃 유(Mad About You)’, ‘킹 오브 페인(King Of Pain)’ 등이 오케스트라로 편곡돼 웅장함을 드러냈다. 특히, 폴리스 시절의 대표곡 ‘에브리 브리쓰 유 테이크(Every Breath You Take)’는 공연의 절정을 보여줬다.

앙코르 공연 역시 본공연 못지 않았다. ‘데저트 로즈(Desert Rose)’ ‘쉬스 투 굿 포 미(She’s Too Good For Me)’, 프래질(Fragile)’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팅은 춤을 췄고 관객은 전원 기립했다. 계절은 한 겨울이었지만 공연장 안 만큼은 뜨거운 여름이었다.

이날 공연은 스팅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자신의 히트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재편곡한 10번째 스튜디오 앨범 ‘심포니시티스(Symphonicities)’ 발매 기념 투어의 하나였다.

이 앨범의 라이선스판 해설을 쓴 팝칼럼니스트 임진모씨(52)의 “팝과 클래식 양쪽 진영의 겸허한 악수”라는 표현이 그대로 가닿은 공연이었다.

약 2시간30분 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스팅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특히, 전매특허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여성 팬들은 물론 남성팬들까지 홀렸다. 거장답게 공연의 호흡과 능수능란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객석을 장악했다.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은 찰떡궁합이었다. 스팅과 제대로 합을 맞춘 것은 한나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의 협연은 빈틈이 없었다.

호평을 받았던 독일 베를린 공연과 마찬가지로 스티븐 머큐리오가 지휘를 맡았다. 머큐리오는 스팅의 바로 뒤에서 마치 백댄서를 연상시키듯 격렬한 몸짓으로 지휘를 하며 공연을 흥을 돋웠다.

공연장에는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그룹 ‘JYJ’ 준수(24)와 함께 뮤지컬 ‘천국의 눈물’에서 호흡을 맞추는 브래드 리틀(47)이 공연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스팅의 내한은 1998년과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다. 전날 스팅은 기자회션에서 “6년 만에 내한을 하게 돼 한국팬들께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팬들은 이날 공연으로 죄송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지금이라도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스팅은 1977년 더폴리스의 메인 보컬과 베이시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85년 앨범 ‘더 드림 오브 더 블루 터틀스(The Dream of the Blue Turtles)’를 통해 솔로로 나섰다.

93년 발표한 ‘텐 서머너스 테일스(Ten Summoner’s Tales)’에 수록된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가 영화 ‘레옹’의 OST로 삽입되면서 영화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팝과 재즈, 힙합,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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