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잡자! 줄을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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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잡자! 줄을 타자!
  • 설동욱
  • 승인 2020.01.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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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소방서 방호구조과장 설동욱

 

혹시 혼자서 완강기 상자를 열어 설치부터 지상 착륙까지 시도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미 조립된 완강기를 로프잡고 내려오는 체험을 제외하면 아마도 없는 분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여겨집니다. 
완강기는 일상에서 소화기만큼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피난 도구이지만, 소화기 사용교육과 달리 이론 교육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 안 혹은 복도에 두고도 사용법이 익숙지 않아 비상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는 이유인 듯 합니다.

지난 2017년 아파트 8층에서 완강기 로프를 지지대에 고정하지 않고 탈출하려던 60대가 떨어져 숨졌으며,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에는 완강기를 사용한 주민이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져 응급상황시 완강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실제상황에서 교육만 받고는 몸을 던지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
본인이 조립한 완강기의 안정성을 신뢰하고, 건물 내부에서 창문 바깥으로 자신의 몸을 빼 탈출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완강기를 사용하게 되는 장소는 최소 3층 높이에서 10층 높이 사이인데, 수십 미터의 높이에서 발을 뗀다는 것은 공포감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완강기는 3층 이상 10층 이하의 층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피난 기구로 도르래 원리로 하강하게 됩니다. 
화재 시 피난로가 전부 막히고 119의 구조를 기다리는 여유가 없을 때 사용하게 되는 중요한 피난 도구인데요. 완강기의 특성상 유발될 수 있는 공포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체험교육이 필요한 도구입니다. 
또한, 사용법 중 한 단계라도 무시하게 되면 추락사라는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또 체험까지 마쳐야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완강기 사용방법은 먼저 ▲완강기함에서 완강기를 꺼내 지지대 고리에 완강기 고리를 걸고 잠근다 ▲지지대를 창밖으로 밀고 아래를 확인한 후 릴(줄)을 바닥으로 던진다 ▲완강기 벨트를 가슴 높이까지 걸어 조인 후 창밖으로 이동한다 ▲내려오는 동안 벽을 짚으며 양팔을 벌리고 벽을 바라보는 자세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김제소방서는 완강기 상시 교육장을 설치하고 화재 시 신속 대피를 위한 보고, 듣고, 만지는 체감형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관내 현지적응훈련, 합동훈련, 소방활동자료조사, 소방시설완공검사 등 현장활동시 안전 컨설팅을 하려고 합니다. 관계자의 관심이 완강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완강기 등 피난시설 불법 방치 행위 신고창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완강기는 줄을 잡고, 줄을 타야 살릴 수 있고, 살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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