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1626만 명이 본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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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 1626만 명이 본 ‘극한직업’  
  • 장세진
  • 승인 2020.02.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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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올 설(1월 25일)에도 어김없이 많은 특선영화들이 전파를 탔다. 혼잡한데다가 돈까지 써야하는 극장을 가기보다 좀 늦어졌지만 집에서 편안하게 공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극한직업’(tvN) 등 천만영화부터 ‘나를 찾아줘’(SBS)같이 극장 개봉 두 달도 안된 따끈따끈한 신작까지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2010 설 특선 영화들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드디어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이 TV 최초로 방송된 점이다. ‘드디어’라 말한 것은 지난 추석 인터넷에 SBS에서 방송될 것이란 소식이 올라왔지만, 결과적으로 가짜 뉴스가 되고만 일이 떠올라서다. tvN이 1월 26일 밤 9시부터 방송한 ‘극한직업’은 2019년 1월 23일 극장 개봉 영화다. 관객 수는 자그만치 1626만 5658명이다.
먼저 ‘명량’에 이어 역대 최다관객 2위에 랭크된 ‘극한직업’을 지상파가 아닌 tvN이 방송한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tvN이 TV 최초로 ‘극한직업’을 내보낸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지만, 예전처럼 지상파 방송이 절대 강자가 아님은 또다시 증명된 셈이라서다. 단적인 예로 ‘극한직업’ 방송 시간대 우승 축포를 쏘아올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경기를 볼 수 없는 지상파 방송이 그것이다.
아무튼 ‘극한직업’은 개봉 15일 만에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천만영화가 됐다. ‘명량’ 12일, ‘신과 함께: 인과 연’(‘신과 함께2’)의 14일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천만 돌파다. 이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다른 글에서 지적한 바 있듯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의 잇단 흥행 참패가 이어지던 끝에 탄생한 천만영화라서다.
‘극한직업’의 순제작비는 65억 원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합친 총제작비는 95억 원쯤이다. ‘극한직업’의 전체 매출은 총제작비의 14배에 달한다. 순수익이 400억 원쯤으로 알려졌는데, 코미디영화로는 ‘7번방의 선물’에 이은 두 번째 천만영화가 된 ‘극한직업’ 흥행이 ‘이변중의 이변’이며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극한직업’은 과연 어떤 영화인가? 그에 앞서 이제 어엿한 스타가 된, 배우 이병헌과 동명이인이기도 한 감독 이야기부터 해보자. 나는 이미 이병헌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 적이 있다. 2012년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를 찍어 2013년 제14회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그가 상업영화 ‘스물’(2015)로 화려하게 감독 신고식을 했을 때다.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 ‘스물’의 관객 수는 304만 4811명이다. 흥행영화 ‘과속 스캔들’, ‘써니’의 각색자로 일반대중에겐 생소했던 이병헌 감독의 ‘탄생’이라 할만하지 않은가! 대박을 터뜨리며 또 한 명 흥행감독 대열에 들어선 그였지만, 그러나 후속작 ‘바람 바람 바람’(2018)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 실패를 딛고 마침내 1626만 명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이병헌 감독이 됐다.
‘극한직업’은 고반장(류승룡)이 이끄는 마약반원 장형사(이하늬)ㆍ마형사(진선규)ㆍ영호(이동휘)ㆍ재훈(공명) 들이 이무배(신하균)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치킨집을 위장 개업하는데, 엉뚱하게도 장사가 너무 잘되는 이야기다. 그로 인해 이무배가 수원왕갈비 가맹점을 내고 마치 치킨 배달처럼 마약을 판매하기까지 한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기발하고 참신한 시나리오다.
일단 대중의 시선을 끌만한 새로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형사들이 본업을 접고 통닭 장사로 전업해버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이무배 일당을 소탕하는 경찰로 우뚝 서는 결말이니까. 악에 대한 응징이 식상하긴 하지만, 이 또한 관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묶여 있던 마형사가 끈을 풀더니 아연 한 액션하는 장면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악을 응징하는데 따른 대중일반의 카타르시스다.
거기에 이병헌식 코미디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령 범인에게 승용차 운전석에서 끌려나온 여자가 오히려 그를 끌어내 패대기치고 운전해 떠나가는 식이다. “못생겼다고 한 말에 얼마나 상처를 받은 줄 아냐”며 한 놈만 골라 패는 마형사라든가 도청하다가 마약반이 이겼다고 환호하는 고반장 등 팀원들이나 “잠깐 기다려 빨리 씻을께”, “와이프가 먼저 씻더라” 같은 대사도 마찬가지다.
“영화계에선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모든 연령대의 관객을 고루 견인했다고 분석한다”(조선일보, 2019.2.7.)지만,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병헌식 코미디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재미있게 보게 할망정 아무 생각없이 옆구리 터지도록 웃게만 하지는 않는다. 가령 형사인 아빠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초딩 딸의 꿈이 용의자라는데, 그 말에 그냥 옆구리 터지게 웃기만 할텐가?
“쥐꼬리만한 월급에 세금낼 건 다 내는 주제에”라는 말이나 “소상공인들은 다 목숨 걸고 한다”며 이무배 잡기에 나선 고반장 액션에서도 마냥 웃을 수만 없다는 걸 관객들은 느낀다. 열악한 처우와 고단한 마약반 형사로 대표되는 경찰과 어떤 정부 대책에도 사는 건 항상 그 모양 그 꼴인 서민 현실이 좀 먹먹하게 와닿는 비판적 메시지다.
다만, 박진감 넘치는 이하늬의 화장기 없는 얼굴과 달리 진선규ㆍ공명의 헤어스타일은 되게 어색해 보인다. 결말의 난데없는 이하늬ㆍ진선규의 키스신도 이제껏 유지한 재미를 무너뜨리는 사족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무배 잡는 복선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허피디(김강현)의 가짜뉴스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넘어간 점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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