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같은 육법의 헌정질서와 사법부 근간 흔든채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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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같은 육법의 헌정질서와 사법부 근간 흔든채 누구를 위한 검찰 개혁인가
  • 허성배
  • 승인 2020.02.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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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배 주필

검찰개혁을 둘러싼 문재인 정권과 검찰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 “사법부가 흔들리면 나라가 위태롭다”는 말처럼 보수 진영은 서부극을, 진보 진영에선 끝장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일부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말한다. 진영에 따라 시각차가 극명하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 성패,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거취, 총선에 미치는 영향, 공수처 논란 등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안갯 속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 13개 직접 수사 부서들을 형사·공판부로 전환하는 검찰 직제개편안이 지난달 20일경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권 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간부와 일선 지검장을 잘라낸 ‘1·8 대학살 인사’에 이어 차장·부장검사 등 수사 실무진까지 교체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중간 간부들을 모두 유임시켜 달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저돌적 스타일은 이를 수용 하지 않았다. 장관 허락 없이 특별수사팀을 만들지 못하게 한 것만 봐도 그렇다. 불합리한 인사 직제개편으로 부작용이 커 정권 보호용 검찰 사유화 논란으로 사법부의 근간이 흔들려 자칫 검찰 장악 시도로 국민저항을 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솔선 헌정질서를 지켜주기 바란다. 사법부가 잘못되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는 헌법적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대검 반부패부장은 예전의 중수부장이다. 거악 척결의 선봉에 선 명예로운 자리다. 상갓집에서 직속 후배 검사가 그에게 “당신이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고 따졌다. 추 장관은 즉각 “추태”라며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수 검사가 “왜 항의했는지 특별감찰본부를 꾸려 규명하자”고 대든다. ‘항명’과 ‘정당한 반론’이란 인식 차가 너무 크다. 일방적이고 거친 추 장관 방식은 검찰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추 장관은 직제개편으로 형사부가 강화돼 인권·민생 중심 검찰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돼 경찰은 검찰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종결권도 갖게 됐다. 형사부 일이 되레 줄어든 것이다. 그런 윤 총장의 칼날이 청와대를 겨누자 문 대통령은 돌변했다. 인사 협의 장소 문제로 추 장관과 마찰을 빚자 “초법적”이라며 윤 총장을 힐난했다. 전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이 제삼의 장소에서 인사 협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헌법에 따라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이 검사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상 검찰과 정권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게 검찰의 숙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검찰의 ‘정치 도구화’라는 혹독한 역사를 경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독립기구인 사법평의회를 신설했다.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검찰개혁은 가짜다. 국회는 검사 인사권 독립 방안을 찾아야 한다.
윤 총장은 수족이 다 잘려 나갔다. 그렇지만 ‘검찰 중심주의자’에서 ‘헌법 주의자’로 진화한 윤 총장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 라고 했다. 정권 수사를 직접 챙겨 수사 결과로 말할 것이다. 
이 같은 법무부 지시는 조국 사건 수사팀이 윤 총장의 지시를 받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 없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압박하려 하는 데 이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송철호 울산시장·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을 기소하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 나온 카드로 보인다. 검찰 지휘부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제어할 ‘친문 검사’들을 배치해 놓았기에 이들을 동원해 ‘우리 편’ 기소를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검찰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1월 문무일 총장 시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을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검찰 내부에 구성한 제도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서지현 검사에 대한 보복 인사 사건 등이 다뤄졌는데 위원회 소집은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하거나 지검장이 총장에게 요청하는 등 검찰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심의위 운영에 아무 권한이 없는 추 장관이 일선에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검찰청법상 수사 지휘·감독권이 보장된 검찰총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윤 총장에 대한 ‘하극상’을 부추기는 행태다.
실제 추 장관이 임명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강욱 비서관에 이어 이날 ‘울산시장선거 공작 사건’에 연루된 백원우·송철호·황운하에 대해 수사팀이 3차례나 ‘기소 처리 하려 하자 끝내 결재 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앞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 인사들부터 기소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지검장이 법무부 공문을 핑계로 이를 거부하면서 추 장관의 지원사격에 기대 기소를 뭉갤 가능성이 커졌다. ‘정권의 충견(忠犬)’을 자처하는 몰염치의 극치다. 육법의 추상같은 헌정질서를 지켜주기를 법조계와 국민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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