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에서 부는 울림을 ‘산불예방’이라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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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에서 부는 울림을 ‘산불예방’이라 말하겠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3.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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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엽 고창소방서 방호구조과 예방안전팀장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등산화 밑바닥에 고즈넉한 산새 소리가 묻어있다.
서리 낀 산벚나무 하얀 산길을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내 육체의 발이 오래 길들인 불안한 삶의 무게로 뒤축이 닳고 닳아 일몰의 시간이 함께 따라왔다.
그 사람의 신발에 묻은 흙의 위치가 습관을 말해주듯 쉼없이 달려왔던 지난 시간은 얼어있던 내 귀를 녹여 찰랑찰랑한 계곡물 소리를 들려주었다. 산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산을 오르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한 것이다.
처음 산을 마주하게 되면 숨쉬는 공기도 다르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설렘과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풍경을 꿈꾸며 등정하려는 의지가 앙다문 입가에 자연스럽게 번진다.
공자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인자한 사람은 고요하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첫 산행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공자의 말과 상반되는 면이 있다.
우리는 흔히 ‘정상을 정복하는 것은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말한다. 정복의 사전적 의미는 ‘무력으로 쳐서 정벌해 복종을 하게 함’을 뜻한다. 또다른 의미는 ‘어려운 일을 해내어 자신의 뜻이나 목적을 이룸’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정복이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포장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물론 목적을 이룬다는 측면에서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가치관은 산을 병들게 한다.
산림청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산불은 봄철에 62%로 피해가 집중돼 있으며 주요원인은 입산자 실화 32%, 소각 26%, 주택 등 건축물 화재 8%로 주로 부주의나 관리 소홀로 충분히 사전예방이 가능함을 지표가 보여준다.
또한 1인가구, 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힐링에 대한 욕구가 확산돼 삶의 질을 높이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산림레포츠, 산림관광 등 경험소비에 치중됨에 따라 각별히 산불예방이 시급하다.
고창소방서는 봄철 화재예방대책 기간(3월~5월)을 맞아 산불예방캠페인, 논·밭두렁 쓰레기 소각행위 금지 홍보 및 교육, 주요 행사장 특별조사 및 현장지도방문, 특별경계근무, 의용소방대 산불지킴이 운영 및 순찰을 강화해 산림청, 지자체와 함께 산불예방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특히 부주의 ‘불피움’이 화재의 주된 요인으로 ‘소방기본법 제19조(화재 등의 통지)제2항’, ‘전라북도 화재예방 조례 제3조(화재로 오인할 만한 우려가 있는 행위의 신고 등)’에 따라 논과 밭 주변에서 불을 피울 시 119에 사전 신고하고, 신고를 하지 않아 소방자동차를 출동하게 할 경우 과태료 20만원 부과됨을 인지할 수 있도록 홍보함으로써 산림인접장소 소각을 방지하는 한편 정확한 위치 파악으로 신속한 출동체계를 구축해 확산방지 및 불법소각 행위 단속의 자료로 활용, 예측불허한 화재를 데이터를 통해 화재를 감소시키고자 한다.
결국 산불예방은 산과 동행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산을 정복하고자 하던 마음을 버리고 산이 주는 고귀한 울림에 몸을 맡기면서 차근차근 산과 동일체가 되면 자연스럽게 정상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산사의 깊은 풍경소리를 품은 산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숙연한 자세로 어루만져 얼었던 귀를 활짝 열어 줄 것이다.
우리는 단지 시시각각 변했던 마음을 다잡고 부주의한 의식을 개선한다면 신발에 잿빛 그을음은 묻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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