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공감 안 되는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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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감 안 되는 ‘포레스트’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3.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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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수목드라마도 몸살을 앓고 있다. ‘수목드라마도’라 말한 것은 다른 글에서 월화드라마가 몸살을 앓고 있는 걸 이미 말한 바 있어서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유일한 수목드라마는 KBS뿐이다. MBC가 3월 18일 시작한 ‘그 남자의 기억법’은 폐지됐다가 다시 돌아온 경우다. SBS 수목드라마는 지난 해 11월 ‘시크릿 부티크’를 끝으로 폐지된 상태다.
한동안 유일했던 지상파 방송의 수목드라마 ‘포레스트’가 지난 3월 19일 끝났다. ‘포레스트’는 다른 지면에서 이미 말한 바 있듯 재미가 없어 그만 보려 해도 그러지 못하고 억지로 보게 된 드라마다. 내게는 KBS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2018년 7월 4일~8월 29일), MBC 월화드라마 ‘아이템’(2019년 2월 11일~4월 2일) 등이 그런 드라마로 남아 있다.
월화드라마 ‘대박’(SBS 2016년 3월 28일~5월 16일)·‘역적:백성을 훔친 도적’(MBC 2017년 1월 30일~5월 16일), 수목극 ‘죽어도 좋아’(KBS 2018년 11월 7일~12월 27일)같이 중도하차한 적도 있지만, 일반 시청자들처럼 얼마쯤 보다가 영 아니다 싶은 경우 다른 채널로 갈아타버리지 못한 것은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다.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나서야 제대로 된 평을 비로소 할 수 있다는 신념 덕분이라 할까.
아무튼 ‘포레스트’는 1월 29일 첫 방송에서 7.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출발했다. ‘99억의 여자’라든가 ‘동백꽃 필 무렵’ 등 이전 KBS수목드라마의 인기를 잇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웬걸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져 최저 2.6%를 찍기도 했다. 최고 7.4%, 최종회 시청률은 5.3%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TV 시청시간이 증가한 현상을 감안하면 그런 저조한 시청률은 좀 의아하다. 가령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토요일이었던 지난 2월 22일에는 전국 가구 평균 TV 시청시간이 10시간 51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1주 전 토요일인 15일의 9시간 41분보다 70분 증가한 수치다. 일요일에도 1주 전보다 58분 늘어난 것으로 늘어났다.
이를테면 그 만듦새가 드라마의 인기를 좌우한다는 것이 새삼 입증된 ‘포레스트’인 셈이다. ‘포레스트’는 기업사냥꾼 강산혁(박해진)과 외과의사 정영재(조보아)가 미령숲에 머무르게 되면서 사랑을 이뤄내는 이야기다. 일단 산혁과 영재가 밀당 끝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됨으로써 미령 숲을 통한 힐링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냥 보통의 젊은이들이 아니라 각각 환상통과 공황증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있는 산혁과 영재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지만, 시청자들까지 그랬을지는 미지수다. ‘포레스트’는 25년 전 미령 산불로 인해 동생을 잃은 산혁의 개인적 복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숲을 통한 힐링의 로맨스같으면서도 딱히 그렇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포레스트’는 그 두 가지를 다 놓친 아주 어색하고, 그래서 참 공감 안 되는 드라마로 남는다. 무엇보다도 보는 내내 도대체 이 드라마의 정체가 뭐지 하는 의문이 시종 떠나지 않는다. 로맨스를 뼈대로 내세우려 했다면 그것과의 조합을 이루는 살집들이 부적절하거나 너무 튀는 등 따로 노는 느낌이라 할까.
드라마를 보긴 할망정 다음 방송이 기다려지지 않거나 몰입 안 되는 것도 그래서다. 요컨대 산혁의 직업과 과거의 아픔 등 아연 긴장과 함께 집중할라치면 15분 사이에 두 번이나 키스신이 나오는 등 연애 이야기가 그걸 깨버리는 식이다. 그러니까 희토류 매장을 둘러싼 권주한(최광일) 악행의 진실이 드러나는 등 긴박감을 일순에 와해시켜버리는 로맨스 무드인 것이다.
오히려 곁가지로 그려졌어야 할 산혁과 영재의 로맨스가 드라마의 본령인 듯 그려진데 따른 패착이라 할까. 그것도 감당하기 벅찬데, 119구조대원 최창(노광식)과 군청 주무관 오보미(정연주)의 연애까지 그려진다. 그게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그들의 연애는 공무원으로서 본분을 다하려는 보미의 직무수행마저 짝을 만나기 위한 생쇼로 보이게 만든다.
그뿐이 아니다. 아무리 드라마라곤 하지만, 너무 말 안 되는 설정들이 못봐줄 정도다.
가령 멀쩡한 회사의 본부장과 119구조대원의 투잡이 그렇다. 전국의 소방대원들의 비웃음을 살 설정이다. 딸네집에 처음 온 정병혁(박지일)이 욕실에서 알몸으로 나온 산혁에게 냅다 호통은 커녕 저녁상까지 차려 함께 식사까지 하는 장면도 어느나라 식인지 아리송하다.
번번히 남자에게 채이는 영재를 회상하며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너무 낯설게 다가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119구조대원인 아들이 있는 최청목(이도경)이 돈 든다며 건강검진을 안받으려는 대목도 의아하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일 뿐이긴 하지만, 사회현실이나 시대상에 대한 치열한 반영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다만 살아있는 아버지를 ‘아버님’이라 말하거나(3월 5일) “왜 이걸 가르켜 주는건데”(3월 12일) 따위 오류말고 대사는 신선한 편이다.
예컨대 “죽일 놈의 인류애”, “징글징글한 오지랖”, “눈으로 또 회초리 때리신다”, “시아빠” 등이다. 매번 웃으며 온갖 악행을 일삼는 권주한 역시 역대급 ‘나쁜 놈’ 캐릭터로 손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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