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아닌 ‘소방관’으로 나서는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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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아닌 ‘소방관’으로 나서는 각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3.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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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소방서 사정119안전센터 소방사 백수희

 

2019년 6월 24일 합격자 발표가 나던 날을 잊지 못한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누구보다 잘 해낼거라 스스로 부푼 기대를 안고 소방학교에 입교했지만 체력훈련과 소방훈련을 받으며 주변 남자 동기들 보다 체력적으로 뒤처지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그때마다 소방호스를 빌려와 저녁마다 호스를 굴리고, 기숙사 생활관에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훈련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 노력 덕분이였을까?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화재 대응 능력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노력하면 현장에 나가서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 거 같아 자긍심이 높아졌다.
사정 119안전센터에 배정을 받고 첫 화재 출동을 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뒤에서 관창 보조와 진압한 뒤 호스 정리였지만 불을 진압할 때 선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벅차고 떨렸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이 세상에서 직업으로는 소방관뿐이며 너무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만큼 항상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며 빠른 판단력과 신중한 결정이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자이기 전에 소방관이다. 출근할 때마다 되새기는 말이며 화재출동을 나갔을 때 구조자가 나를 보고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해나갈 것이다.
“신이 모든 사람을 돌볼 수 없어 어머니라는 존재를 내려줬다고 합니다. 저는 이에 덧붙여 신이 모든 사람을 위기에서 구할 수 없어 소방관이라는 존재를 내려준 것 같습니다. 전북 도민들의 안전 꽃길을 위해 불꽃길을 걷겠습니다” 내가 면접 때 했던 말이다.
이제 진짜 그 말에 책임을 지며 실행해 나갈 순간인 것 같다. 멋진 여자 소방관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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