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의 시작에 서다
상태바
금남호남정맥의 시작에 서다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5.11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진장소방서 119구조대 이형구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산경표에 근거를 두고 산줄기 체계를 잡았다.

하나의 대간(大幹)과 하나의 정간(政幹), 그리고 이로부터 가지를 치고 있는 정맥(政脈)이 13개가 있다.

하지만 현재 남한에는 9개의 정맥만이 위치하고 있으며, 10대 강의 유역을 가름하는 분수령들을 기본 정맥으로 삼고 있어 대부분의 산맥 이름이 강 이름과 관련돼 있다.

금남호남정맥은 북쪽 사면에서 장수의 천천(天川)이 시작돼 401km 금강을 이루고, 남쪽 사면에서는 임실의 오원천(烏院川)이 시작돼 225km의 섬진강을 이룬다.

연결된 주요 산은 수분현, 팔공산, 성수산, 마이산, 부귀산 등이 있고 그 길이가 약 65km로 13개의 정맥 중 가장 짧지만, 이 산줄기는 서쪽은 해안 평야 지대로, 동쪽은 남원을 중심으로 호남지방을 동서로 갈라놓아 현격히 다른 생활 문화권을 형성하게 됐다.

그 금남호남정맥의 산 중 오늘 얘기하고 싶은 산은 영취산이다. 전국에 8개의 영취산이 있는데 매년 봄마다 진달래가 수 놓는 여수 영취산, 낙동정맥에 위치하고 억새로 유명한 영남의 영취산 등이 있다.

하지만 이곳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영취산은 이렇다 할 인지도나 유명세가 있진 않다.

그럼에도 오늘 말하고 싶은 산이 영취산인 이유는 화자가 느낀 영취산의 매력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함께하고 싶어서이다.

영취산은 경상남도 서상면과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을 잇는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되는 위치에 있는 산이다.

이러한 연유로 ‘대동여지도’에서는 백운산보다 영취산이 더 뚜렷하고 중요하게 나타내며 ‘신중동국여지승람’에도 영취산이 장수의 진산으로 표기돼 있다.

영취산의 유래는 석가모니가 설법을 전한 인도의 영취산과 산 모양이 흡사해 영취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영취산에 오르기 시작하고 오르막과 계단으로 힘이 부쳤다.

오르는 도중 주변 식물들을 느끼고 경치를 느낄 힘마저 뺏어가는 기울기로 땅만 보듯이 등반을 했다. 등반을 하면서 유명하지 않는 곳엔 이유가 있다고 혼자 되내이며 불만에 가득한 생각으로 올랐다. 30분 쯤 산행을 했을까 생각보다 정상이 가까웠다. 정상에 올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는 순간 왜 이곳이 유명하지 않은 산일까? 라는 생각으로 올라오며 불만 가득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영취산은 ‘영취하다. 높고 가파르며 푸르다’ 는 말 그대로 높고 가파르며 푸르렀다. 바람, 하늘, 날씨 모든 것이 좋았고 행복했다. 작고 유명세 없는 이 산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강렬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정맥 중 가장 작은 정맥인 금남호남정맥의 시작점으로 끝은 호남지방을 나눠 아주 다른 생활 문화권을 형성하는 것처럼 구조대원으로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나에게 큰 의미를 주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이 결국 중요한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매 순간 작은 것이라도 최선을 다해 중요한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지켜 낼 수 있는 구조대원이 되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끝으로 모두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백두대간처럼 강하고 굳건한 의지로 하나로 뭉쳐 함께한다면, 살을 에는 추위도 눈 녹듯 녹아 눈부시게 푸르른 녹색빛의 녹음이 찾아오듯 그렇게 좋은 날이 찾아올 것이라 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