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더 비극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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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더 비극적인 이유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5.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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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세월이 참 빠르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은지 어느새 4주째로 접어들었으니 말이다.

코로나19 확산과 4·15 총선 등이 겹치면서 팽목항과 세월호가 3년째 거치된 목포신항 등을 찾은 추모 인파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실을 향해 달리는 노란 차량 행진’과 선상 추모식, 그리고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 등이 열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월 16일 열린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에서 영상 추도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겠다.

세월호 참사 관련 사업을 차질없이 지원 관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 및 기억식을 대하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왜 6년이 지나도록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정쟁의 대상이 되는지 답답하고 울화까지 치민다. 애먼 생목숨 304명이 죽은 세월호 참사라는 팩트가 엄연한데도 왜 그 똑같은 사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다른지 이해되지 않는다. 원래 민주주의 사회가 좀 시끄러운 것이 특징이긴 하지만, 5·18광주민중항쟁 망언의 폄훼가 그렇듯 이건 아니다.

그 자체로도 버거운 비극적 사고인 세월호 참사를 더 비극적인 사건으로 만들고 있어서다. 가령 차명진 총선 후보의 막말 파문이라든가 김진태 의원 선거운동원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 사건이 그렇다.

그들은 4·15 총선에서 모두 낙선, 나름 심판을 받은 셈이 됐지만, 당선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이자 19대 대선 후보가 세월호 참사 6주기 당일 “세월호는 해난 사고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 그는 “(세월호 사고를)아직도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는 극히 일부 정치인들은 참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며 “관련 경찰 등 공무원들을 처벌하고 이 사건의 억울한 학생들에 대한 위령비도 세우고 학교에 지원하고 그런 해난 사고로 끝났어야 한다”며 “근데 그걸 갖고 수사하고 재판하고 또 수사하고 또 특검하고 특별조사를 또 하고 하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말했다.

또 홍 당선자는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를 언급하며 “그 사건을 정치권에서 이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와 서해 훼리호 침몰은 모두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비극적 재난·재해가 맞지만, 인명구조 작업 등 결이 다른 해난사고라 그렇게 끌어들일 일이 아니다.

비근한 예로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에서 선장은 승객 구조에 최선을 다하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김영삼정부 역시 박근혜정권에서처럼 미적거리거나 뭘 숨기고 방해하고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

홍 당선자의 그런 발언은 6년이 되도록 유족들의 절규가 왜 계속되는지 간과한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이후 유가족을 불법사찰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마저도 조직적으로 방해한 증거가 발견돼 수사에 들어갔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 당시 수습 최고 책임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일종의 책임을 진 것이라 할 수 있는 수감 생활이다. 내가 보기엔 세월호 침몰을 비극적 참사로 대하지 않는 건 보수라서가 아니다. 박근혜라는 강자를 보호하기 위해 엄연한 팩트인 세월호 참사에도 경기를 일으킨 것이다. 그 태극기부대와 거기에 편승하려는 일부 정치인들 모두 이번 총선에서 ‘그만 사라지라’는 심판을 받은 셈이 됐다. 그렇게 총선이 끝났다.

이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요구사항 해결에 터덕거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난 해 11월 11일 출범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라 밝힌 그대로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비극적 사고가 아닌 비극적인 사건으로 더 이상 만들어선 안된다. 하루속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이들을 훌훌 떠나 보내고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해나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갤럽 기준 지지율 71%의 문대통령과 180석의 집권여당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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