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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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쟁이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20.09.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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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8·15 광복절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게 변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될 만큼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단연 톱으로 떠오르는 이가 있으니, ‘민폐쟁이’ 전씨다. 

이 엄중한 와중에도 한사코 떼로 모여 기도를 하네, 집회에 가네 하더니 그예 일을 내고 말아서다. 지금 수감된 신천지 이만희 교주와 또 다른 ‘국민 밉상’이라 할까.
주춤했던 코로나19 재확산은 극우단체가 주도한 8·15 광화문 집회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발이다. 
오죽했으면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판사를 해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7만 명 넘는 시민이 동참했을까! 8월 25일 정세균 국무총리도 “잘못된 집회 허가로 방역조치가 다 무너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8월 27일 개신교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특히 특정 교회에서는 정부의 방역 방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를 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민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확진자도 300여 명에 달하고 있다”며 전씨의 사랑제일교회를 비판한 것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텐데 오히려 지금까지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 방역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며 교회의 고통 감수 및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언론보도를 정리해보면 전씨는 8월 15일 서울시의 자가격리 명령을 어기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뒤 8월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재유행의 진원지가 된 사랑제일교회는 신도들에게 광화문 집회 참석도 독려했다. 심지어 의심 증상을 보이는 신도에게 “집회 이후에 검사를 받으라” 권유하는 등 명백한 방역 방해 행위를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결국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매일 하는 브리핑을 보면 신규 확진자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를 고리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모두 1,035명(지난달 30일 0시 기준)으로 집계됐다. 교인과 교회 방문자 590명, 2차 이상의 추가 전파 366명 등이다.
특히 이 교회와 관련해 추가 전파가 일어난 곳은 전국의 교회·기도원(9곳), 요양시설(6곳), 병원(2곳), 직장(6곳) 등 25곳에 이른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선 전국 10곳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9곳이 교회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일 밤 MBC뉴스데스크를 보니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모두 1,083명이다.
문제는 이게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는데 있다. 
미검사자 등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민폐쟁이의 끝판왕이라 할까. 
더 큰 문제는 국민 상식에 반해도 너무 반하는 그런 전씨가 전혀 구애 받음 없이 구속됐다 풀려나는 등 자유를 누리는 대한민국이 너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일 퇴원한 전씨는 “저와 저희 교회를 통해서 여러분께 많은 근심을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우한 바이러스’ 전체를 우리(교회)에게 뒤집어씌워서 사기극을 펼치려 했으나 국민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소릴 해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긴 전씨는 이런 행태 등으로 인해 이미 30개 회원 교단연합체인 한국교회총연합으로부터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본연의 종교활동을 넘어 정치집단화됐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거룩한 복음을 이념에 종속시키고 교회를 정치집단으로 전락시킨 전씨에 대해 이단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도 벅찬데, 무엇보다도 괴로운 건 교회들이 헌법 운운하며 종교의 자유를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대는 걸 보는 일이다.
응당 종교의 자유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삼척동자들도 다 아는 감염병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한 채 대면 예배 강행 등 설쳐대고 있는 교회들을 보면 무신론자인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종교의 자유란 것도 영화 ‘반도’처럼 바이러스가 휩쓸어버린 세상에선 아무 소용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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